![]()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가 담화문 작성을 위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
![]() 지난달 22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장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가 아동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
지난달 22일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장에는 어린아이의 결의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상 위에 당당히 올라선 아이의 표정은 진지했고, 그 앞에 모여든 100여명의 어른들은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차별금지’ 조항에는 아동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성별,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등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는 여전히…”
목소리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변승아(12)양. 앳된 얼굴과 목소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양는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설파해 나갔다. ‘아동’, ‘권리’, ‘법 제정’ 등의 단어들이 변양의 입에서 튀어나올 때마다 어른들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5분간 이어진 변양의 발언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발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의 아동권리옹호단 ‘그린즈’가 작성한 ‘아동권리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담화문’ 중 일부다. 변양을 포함한 그린즈 단원들이 함께 기획·발표했다.
그린즈는 초록우산을 의미하는 ‘Green’과 친구를 상징하는 ‘Friends’의 합성어로 아동이 권리주체자로서 스스로의 권리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아동참여조직이다.
지난 2020년 이른바 ‘정인이 사건(양부모가 아동학대로 생후 16개월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최근에는 출생신고 하지 않은 아이를 유기하는 ‘그림자 아동’ 사건이 발생하는 등 아동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아동 권리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지난 5월 국회는 아동기본법을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소관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라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아동기본법이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 등 아동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사회·가정·지자체 등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는 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동권리법 제정 촉구 및 논의 활성화를 위해 전국 아동들은 그린즈 활동을 통해 올해 봄부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광주·경기·대전·대구·부산·제주 등 전국 6개 지역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및 중고생 134명이 참여했다. 특히 광주는 6개 지역 중 가장 많은 27명(초등생 12명·중등생 8명·고교생 7명)의 아동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상반기 동안 그린즈는 아동기본법과 관련한 두 가지 키워드를 지역별로 선정한 후, 아동기본법 제정 촉구 담화문을 직접 작성했다. 광주 지역의 키워드는 ‘노키즈존’과 ‘아동학대’다.
광주의 아동들은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노키즈존’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아동기본법의 ‘비차별의 원칙’에 따라 ‘아동은 성장하는 존재이며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교육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화문에 담았다.
‘아동학대’에 관해서는 ‘사후 처벌이 아닌 예방 차원의 보호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렇게 완성된 담화문은 지난달 유스퀘어 광장에서 대표 의무의행자(의원 및 지자체 관계자) 등 100여명 앞에서 발표됐다. 행사에는 민형배 국회의원, 김이강 서구청장, 김재식 동구의회 의장 등이 참여했다.
그린즈 단원 정수연(15)양은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나서서 보장받게 하고 지키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아동을 위한 정책은 아동이 직접 의견을 내야 더욱 효율성 있고 다양한 문제점이 발견되기 때문에 직접 소리 내어 우리의 의견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린즈는 하반기에도 인식 확산 캠페인 및 옹호 활동과 더불어 협력 기관인 광주 서구와 함께 정책 제안회를 열고, 이를 실제 조례에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활동을 오는 12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어린이재단에서 아동권리 옹호를 위한 활동을 5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해 온 만큼 그린즈에 대한 아동들의 참여 및 호응이 크다. 또 담화문 발표 후에는 지역 의원 등의 지지발언이 SNS 등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엔 아동에게 필요한 법과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아동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아동의 참여권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