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성현 기자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맞이한 첫 주말인 26일. 이날 시장과 횟집에서 만난 시민들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이 한가득이었다. 특히 불안감에 평소보다 많은 양을 구입하는 모습은 마치 대형 재난을 앞두고 있는 이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과 서부농수산물시장은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 곳곳에는 서둘러 좋은 품질의 생선 등을 사기 위한 구매자들로 분주했고, 상인들은 밀려오는 손님들로 진땀을 뺐다.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의 손에는 대부분 큰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이따금 생선을 박스 채로 구입하는 손님도 보였다. 한 시민은 수산물 가게 매대의 대하를 전부 산 뒤, 옆 가게로 가 또 그만큼의 분량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오염수 방류 직후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마지막 해산물’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었다.
“사장님, 이 통에 있는 전복 다 주세요.” 수산물 구매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나온 윤주희(44)씨는 품질 좋은 전복을 담는 데 한창이었다. 그는 오염수 방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다량의 수산물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윤씨는 “가족 모두가 전복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달 시장에서 1~2㎏ 정도를 구매해 왔다”면서 “며칠 전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았나. 해산물을 좋아하는 처지에서 불안감이 없을 수가 없다. 오늘 전복을 6㎏ 가량 구매했다.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남구에 사는 이모(56)씨도 “가족이 먹고 부모님께 드릴 대하를 사기 위해 왔다”며 “수산물들이 한자리에서 나고 자라는 게 아니지 않나. 당장 우리 바다로 (오염수가)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따져 볼 때 ‘걱정할 바에야 지금 사자’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 지난 26일 오후 7시 서구 쌍촌동 한 횟집에 일찌감치 찾은 손님들로 9개 테이블이 모두 가득 찼다. 송민섭 기자. |
가게 주인 김모(64)씨는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다. 이번 주 내내 주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마치 ‘마지막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횟집에서 만난 김윤주(32)씨는 “평소 회를 즐겨 먹는다. 오염수가 방류되니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먹는 걸 줄여야겠지만 미련이 남아 1년가량은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그전까지 많이 먹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광주 동구 남광주시장에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정성현 기자 |
서부농수산물시장 수산업자 신모씨는 “요 며칠 대량 구입하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좋은 상품을 미리 저장해놓는다는 분위기였다”면서도 “걱정이 많이 된다. 수시로 방사능 검사를 한다지만 다 믿을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손님들에게 ‘이것 사가라 저것 사가라’ 권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남광주시장에서 40년 동안 수산업을 하고 있는 김모(67)씨는 “파는 입장에서 물건이 많이 나가니 좋지만 또 마냥 웃지는 못한다. 이 모든 게 결국 ‘불안한 소비 심리’때문 아닌가”라며 “정부가 ‘지금 기준대로라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 목소리를 더 내줘야 한다. 여야 정치권에서만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와 대안을 제시해주든지 해야 한다. 이대로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