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잘 배워서 자격증 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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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한국어 잘 배워서 자격증 따고 싶어요”
●광주 치평동 ‘한국어학당’ 가보니
중국 등 결혼이주여성 대상 운영
강사 설명 집중하며 학구열 과시
주 2회 학습…자생단체 활동 공유
한국 정착 어려움 해소 위해 개설
  • 입력 : 2023. 08.24(목) 18:33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지난 22일 광주 서구 치평동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한국어학당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혜인 기자
“빨리 한국어 잘하고 싶어요. 잘해서 뷰티 공부할거예요. 자격증 따고 싶어요.”

광주 서구 치평동과 인근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학당이 지난 8일 개강했다.

지난 22일 치평동행정복지센터 2층에서 열린 한국어학당 교실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발걸음을 재촉한 18명의 이주여성들이 앉아 수업을 듣고있었다.

강사가 “어제는 제 졸업식이었습니다”라고 선창하자 수강생들이 따라 읽기 시작했다. 발음이 복잡한 단어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강사가 칠판에 적으며 알려주자 수강생들은 열심히 노트에 따라 적으면서 작은 소리로 문장을 읽어나갔다. 아직 한국어 발음이 어려운 몇몇 이들은 졸업식[조럽씩]이 아닌 졸업식[졸럽씩]이라고 읽기도 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듣기 시작한 수업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다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2년여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 결혼했다는 A씨는 “남편이 한국말을 얼른 배웠으면 좋겠다고 해서 신청했다. 나 또한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한국말이 잘 안나와서 힘들었다. 이번에 제대로 공부해보니 재밌지만 여전히 발음이 어렵다. 특히 ‘이었다’, ‘였다’, ‘입니다’, ‘했었습니다’ 등 옛날과 현재를 구분해서 말하는 게 헷갈린다”며 “평소 한국음식을 즐겨먹는데 이번에 열심히 공부해서 좋아하는 치킨을 당당히 시켜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단순히 한국어 발음을 연습하고 문제를 푸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았다. 각국 문화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주여성들의 학구열과 흥미를 동시에 돋구었다.

강사가 ‘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라고 설명하면서 각국의 특별한 날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태국에서 온 이주여성은 8월 12일을 어머니날이라고 소개했으며, 중국 출신 수강생은 “5월 20일이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날”이라고 설명해 교실에 미소가 퍼지기도 했다.

‘한국의 국경일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강사가 묻자 수강생 중 일부는 3·1절, 한글날 등을 언급했다. 친구들의 자신있는 답변에 한국에 정착한지 얼마되지 않은 다른 이주여성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배워나갔다.

5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에 온 B씨는 “한국어로 듣고 말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다만 아직도 읽고 쓰는 것이 헷갈리고 어렵다. 특히 시부모님을 데리고 병원이나 은행을 갈 때마다 어려운 말이 많아서 힘들었다”며 “선생님과 친구들이 잘 알려줘서 금방 배울 것 같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뷰티 자격증을 따고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치평 한국어학당은 ‘감탄마을 다문화 꽃 피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첫번째 사업이다. 감탄마을은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치평동의 비전을 담은 이름이다. 한국어학당은 11월 7일까지 주2회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한국어 능력 향상은 물론 자생단체 등과 다양한 활동을 공유함으로써 한국정착 어려움을 해소하고 다(多)가치 함께하는 감탄마을 조성에 기여할 예정이다.

문지현 치평동장은 “평소 가정 내에서 소통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이주여성들이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과 광주·전남 지역문화까지 학습하며 잘 정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어학당을 기획했다”며 “치평동뿐만 아니라 광주 곳곳에 한국어학당이 확대돼 이주여성들이 광주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