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혜 기자 |
모두 최근 신축 아파트에서 잇따라 발생한 붕괴사고나 침수, 철근 노출 등 부실시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탄을 담아낸 기막힌 별명들이다.
인천지역의 푸르지오 아파트에서는 이번 폭우로 커뮤니티센터 일부가 침수되고 비상구 계단 등에서 빗물이 콸콸 쏟아지는 모습이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면서 ‘흐르지오’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서울의 롯데캐슬에서는 창문을 통해 보이는 외벽에 시멘트가 뜯어지고 녹슨 철근 다발이 그대로 노출돼 ‘통뼈 캐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홍역을 치르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는 GS건설의 프리미엄 아파트 ‘자이’이다.
300여평에 달하는 지하주차장 1층의 지붕층과 지하주차장 2층의 지붕층 슬래브가 아무런 외부 충격도 없이 한순간에 붕괴된 인천 검단신도시 자이 사고로 ‘순살 자이’라는 별명을 얻게된데 이어 곧바로 서울 개포동에서도 단지 내 보행로와 공용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으며 ‘캐리비안 자이’, ‘자이아가라’, ‘메이드 인 자이나’, ‘대충짓자이’, ‘공동묘자이’, ‘하자이’, ‘자이자이자식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이에 대한 불신을 담은 별명들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중이다.
기가 막힌 별명들에 참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리다가도, 해당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거나 입주를 앞두고 있는 분들의 마음을 상상하니 이내 마음이 무거워진다.
지역에서도 역대급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자이’에 살고 있는 지역민들을 중심으로 불안함 절반, 민망함 절반의 자조 섞인 한탄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11.2: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광주 상무센트럴자이의 경우 시공사 GS건설과 시행사가 설계를 무단으로 바꿔 공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까지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에서도 자이는 매번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고 있는 최고급 아파트에 속한다. 상무센트럴자이의 평당 가격은 무려 3000만원에 달한다. 자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기준 광주지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평당 1800만원을 돌파할 만큼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들의 잇따른 사고는 불편함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해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분양가 상승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부실시공의 가장 큰 원인도 높아진 건설사의 공사비 부담이 꼽힌다는 것이다. 자잿값이 올라 분양가가 오르고, 자잿값이 올라 부실시공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참 이상하다. 물론 건설현장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허술한 관리체계 정비와 불법하도급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광주에서는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 이름이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건설 현장에 대한 강력한 안전 관련 규제와 건설사들의 책임 의식과 자성이 동시에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