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현 기자 |
지난달 28일 광주 북구 석곡동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석곡천 인근에서 텃밭을 일구던 그는 폭우로 처참히 무너진 제방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몰려든 강물에 석곡천 제방 50m가량이 무너져 이른 아침부터 큰 소동이 일었다. 농사를 짓던 인근 마을 주민이 오전 5시30분께 자신의 논밭을 살피러 갔다 제방 일부가 물에 떠내려간 것을 확인, 석곡동 주민센터에 신고했다. 비상 소집된 동 직원과 북구 관계자 등은 빗물로 현장의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올라 범람·정전 등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 인근 월산·죽곡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다행히 이후 비가 그치면서 실제 대피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에는 전날부터 이틀간 약 274㎜의 비가 쏟아졌다.
문제는 과거 석곡천 일대를 전면 개·보수 했음에도 이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실제 광주시는 지방 하천 재해 예방·안전 차원으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석곡천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북구 화암동에서 운정동까지 약 7㎞ 구간을 정비하는 데 약 290억4800만원(국비·시비 6:4)을 들였다. 그러나 집중호우가 내린 날에는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도 이번 제방 붕괴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한참 전에 하천 공사를 했었다. 그러나 사업이 마무리됐음에도 이후 비만 오면 제방 블록이 떨어져 나가는 등 여전히 ‘불안불안’ 했다”며 “2020년 폭우 때를 비롯해 벌써 세 번째다.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문제가 생기니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석곡천은 비가 많이 오면 범람이 잦고 물살이 거센 곳이다. 특히 이번 붕괴 장소는 강줄기가 그대로 부딪히는 굴곡진 지역인 탓에, 안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곳보다 더욱 견고해야 했다. 그러나 과거 개선 사업 단계에서 이에 대한 추가 시공은 없었다.
석곡천 제방 도로는 마을 주민들과 인근 초등학생들의 통행로로 이용된다. 붕괴 당시 지나가는 시민이라도 있었다면 큰 화를 불러왔을 수도 있다. 지난 날 재해·재난 예방 등을 위해 개·보수 했지만, 이번 사고로 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잃었다.
시민들은 ‘보상보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읍소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내달까지 장마가 이어지는 만큼, 폭우 취약 지점에 대한 각별한 주의·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