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풍암호수의 풀뿌리를 들여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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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전남일보]취재수첩> 풍암호수의 풀뿌리를 들여다보라
김혜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3. 06.20(화) 17:20
김혜인 기자
매년 여름이면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은 초록빛 물이 가득하다. 무더위로 수온이 상승하고 여러 비점오염 물질이 호수로 유입돼 녹조가 가득한 것이다.

풍암호수공원의 수질개선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녹조와 악취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수질개선을 하자는 광주시와 수심·수량·수면적은 원형대로 유지하라는 주민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앙공원1지구 개발과 관련해 광주 서구가 수질개선 TF를 운영해 민간사업자는 지하수를 끌어와 호수를 채우며 ‘명품 호수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는 호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주민들의 마음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수질개선 TF의 수량조절안은 수심을 4~6m→1.5~2m로 낮춰 담수량을 34만6000톤→16만5000톤으로 줄이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수심을 낮추기 위해 저수지 바닥을 ‘매립’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원형보존’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수량조절안은 언뜻 보기에 깨끗한 호수공원을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쾌적한 호수공원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친수공간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미래 세대까지 남기고픈 마음이 더 큰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하수 사용이 초래하는 고갈, 지반침하 문제와 오염우수를 매립된 관로를 통해 서창천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은 광주의 미래 환경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주민들의 반대가 더 심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주민들의 혜안을 살펴보지 않은 광주시의 불찰로 주민과의 갈등은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 주민을 화나게 한 것은 당초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3월2일 풍암호수 수질개선 주민협의체와 면담을 가지며 “주민들의 의견을 100%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3개월여만에 입장을 번복했다는 사실이다. 원형보존을 위한 새로운 설계를 진행하며 공사가 지연되고, 관련 행정절차를 바꾸면 향후 민간사업자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장의 손해배상이나 비용부담이 두려워 시민들의 공간에 주민 목소리 하나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행정일까? 광주시는 풍암호수의 ‘풀뿌리’를 지키기 위한 ‘풀뿌리’들의 원성을 사기 전에 수질개선을 재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