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정연권>구례읍 힙(hip)한 골목길 여전사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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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정연권>구례읍 힙(hip)한 골목길 여전사 뭉쳤다
정연권 구례군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입력 : 2023. 06.07(수) 14:59
정연권 센터장
구례읍은 크고 작은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구불구불 곡선과 직선으로 이어져 정겹고 포근하다. 사람들의 정이 흐르고 사랑을 전하며 기쁨과 슬픔도 나누는 길이다. 정과 사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층층이 퇴적돼 있다. 선한 마음의 이야기와 역사가 겹겹이 쌓여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골목길에 조그만 변화가 생겼다. 소소하고 예쁜 가게들이 생겨나 걷는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작지만 알차고 아름다운 가게들이 발전하도록 돕고 싶었다. 여섯 명의 대표와 마음과 뜻이 맞아 지난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힙(hip)’한 골목길을 만들기 위해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자고 했다. 골목상권을 지키는 버팀목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모두 여성이기에 ‘여전사(女戰士)’라 불렀다. 여섯 명의 성향과 의지는 같은 점이 많다. 한결같이 친절하며 정과 사랑이 많았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림이 아름답다.

‘메리홈’의 장선경 대표는 항상 웃어주는 ‘미소전사’다. 가게는 수제 패브릭 상품이 가득하다. 각종 생활소품과 헤어밴드까지 직접 만든다. 곡성에서 구례로 와 가게를 열었다. 장 대표는 “구례읍은 곡성읍보다 상권이 좋으면서 텃세가 없어 좋았다. 임대료가 싸고 터미널을 중심으로 교통체계가 잘 정비돼 있어 역동적이며 매력적이다”고 평했다. 구례 총각을 만나 열애에 빠져 곧 새댁이 된다고 했다.

아담하게 숨어있는 ‘한옥에 산다’ 김정숙 대표는 지난해 귀향했다. 트레이드인 다정다감한 색채의 비니(Beanie)를 항상 쓰고 있어 ‘비니전사’라 부른다. 골목에 숨어있던 한옥을 구매해 외형은 그대로 살리면서 실내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했다. 외국에서 얻은 경험과 따뜻한 마음의 손길이 닿은 한 점 한 점이 작품이다. 탁월한 감각과 섬세함으로 조화롭게 꾸민 방에서 하룻밤만 묵어도 힐링이 된다. 구례에서 처음 에어비앤비(Airbnb)에 등록된 곳으로 누구든지 예약하면 숙박을 제공한다. 꽃 사랑꾼으로 유럽의 작은 정원을 연상케 하는 독특하고 낭만적인 정원을 손수 만들었다.

‘카페 스윔(swim)’은 “너는 지금 인생을 잘 헤엄치고 있어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할 거야”라는 뜻이라 한다. 이채령 대표는 말이 적고 자연스러운 긴 머리에 순수한 모습의 ‘매직전사’다. 울산에서 귀촌한 친정엄마 덕에 구례 남자와 사랑을 맺어 둥지를 틀었다. 평소 카페에 관심이 많아 이미지가 있는 카페를 열었다. 간소하면서 깔끔한 이미지로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만석을 이룬다. 신세대 휴식처요 만남 장소로 사랑받는다. 질 좋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기에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구례읍사무소 코너 ‘모란상점’은 특이하다. 가게가 아니라 예술공간이요 티룸(Tea Room)이다. 이형란 대표는 귀향한 구례인으로 ‘베풂전사’다. 갤러리를 열어 개인 작가들의 초대전을 열었고 지인의 티룸을 알아봐 주다 가게를 열게 됐다. 다양한 상품들로 눈 호강을 시켜준다. 살랑살랑 쉬폰 원피스부터 살짝 쓰기만 해도 영화배우가 될 것 같은 독특한 모자, 나무 그릇과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소품들이 있다. 센스있는 옷을 입어보는 거울이 자개 화장대라는 자체만으로 예술공간이다. 피아골에서 차나무를 기르고 제다 해 손님에게 무료로 내어준다. 상점에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욕심나는 물건들이 많아 자꾸만 지갑을 열게 된다.

구례주조장 가는 길에 알록달록 예쁜 옷이 많은 ‘선아씨 가게’가 있다. 김선아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열혈전사’로 불린다. 아픈 친정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귀향한 효녀다. 순천·여수 등지에서 보따리 장사하며 안목을 키우고 노하우를 쌓았다. 손님마다 개성과 특성을 파악해 알맞은 옷을 추천해 주는 감각이 뛰어났다. 서울 도매상에 물건을 가져와 가격도 저렴하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단골손님이 겁나게 많아 장사할 맛이 나고 행복하다”고 했다. 물건 해오는 날에는 가게 밖까지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열심히 살아온 노력의 결과가 가게 번창으로 이어져 골목길이 환해지고 활기차서 흐뭇하다.

우체국 앞 ‘리피&꼬물꼬물’ 카페가 있다. 이름만으로도 깜찍하고 신나는 신나리 대표다. 웃으면서 정답게 맞이하는 ‘사랑전사’다. 여대생처럼 보이지만 네 살 아들의 엄마라는 사실에 총각들의 실망이 크다는 후담이다. 리피(Leafy)는 잎이 무성하다는 뜻으로 인테리어 하는 남편이 꾸며서 구성이 알차다. 직접 만든 마크라메(서양매듭)는 카페 곳곳을 빛나게 해준다. 옷과 양말, 악세사리 등이 진열돼 있어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차를 마시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구매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성들의 해방공간이요 카렌시아(Carencia)로 사랑받는다.

6인의 여전사 모두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최고의 가치로 저렴하게 공급해 ‘가성비’와 ‘가심비’가 높다. 프로정신이 뛰어나 편하고 신속한 서비스로 고객 만족과 고객 감동에 이어 고객을 기절시킨다.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의 마음과 강인하고 정 많은 엄마 마음으로 가득한 여전사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세상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발전한다. 모두가 이익이 되도록 도움 주고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진정한 사랑과 관심으로 골목길 상권이 살아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