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통의 숙성홍어의 본고장 나주 영산포에서 오는 5일~7일 ‘제19회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 홍어삼합 요리. 나주시 제공 |
2일 나주시에 따르면 오는 5~7일 나주시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영산포 홍어축제’가 열린다.
남도 잔칫상에만 올랐던 숙성 홍어는 이제 영산포를 상징하는 대표 특산물로 전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홍어 주산지인 전남에선 삭힌 홍어회를 주로 먹는다. 숙성 홍어회에 기름진 돼지 수육과 곰삭힌 묵은 김치를 얹으면 ‘홍어삼합’이 되고, 구수한 김을 더하면 ‘홍어사합’이 된다.
숙성홍어는 회뿐 아니라 찜·전·무침을 비롯해 보리새싹에 간(애)을 넣고 끓인 ‘홍어애국’은 별미로 통한다.
숙성홍어에 청량한 막걸리(탁주)를 곁들인 조합을 뜻하는 ‘홍탁’은 나른한 봄날 침샘을 깨운다.
영산포 숙성 홍어는 600년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삭힌 홍어 역사와 유래는 홍어 맛과 요리만큼이나 다양한 설이 전해져온다.
조선 중종 25년 관찬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말 남해안에 왜구 노략질로 흑산도 인근 영산도 사람들이 영산포로 피난을 오게 됐고 그때부터 삭힌 홍어를 먹게 됐다고 전해온다.
당시 영산도에서 영산포까지 오는 데 뱃길로 보름 정도 걸렸다. 도착하고 보니 배에 싣고 온 생선들이 부패가 심해 버렸는데 유독 항아리 속에서 폭 삭은 홍어만큼은 먹어도 뒤탈이 없었다.
먹을수록 알싸한 풍미가 뛰어나 그 후 숙성홍어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가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굿둑 공사로 바다 물길이 막히기 전까지 흑산도, 대청도 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내륙 종착점은 영산포구였다.
싱싱한 해산물을 선호하는 연안 지역 혹은 항구에선 삭힌 홍어 수요가 많지 않았기에 홍어 배들은 영산포를 기착지 삼아 대량으로 싣고 들어와 장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냉장시설이 없어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저온으로 숙성시켜 먹는 조리법이 생겨났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이 조리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오면서 지금의 ‘명품 영산포 숙성 홍어’가 탄생했다.
숙성 홍어는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음식이다. 항암·다이어트·피부미용·산후조리·관절건강 등에도 탁월한 보양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자산어보에선 ‘배에 복통이 있는 사람은 삭힌 홍어로 국(홍어애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술기운을 없애주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며 삭힌 홍어의 효용을 서술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숙성홍어를 애호하는 미식가들은 홍어를 ‘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 과학이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황금연휴를 맞아 ‘막힌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숙성홍어 맛’을 영산포 현지에서 맛보길 권유한다”며 “전국 각지 홍어 마니아 들을 영산포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나주=조대봉·박송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