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영생을 꿈꾸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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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영생을 꿈꾸는 뇌
  • 입력 : 2023. 04.13(목) 16:33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인간은 태어나 누구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변하지 않는 원칙에 의해 역사 안에서 ‘불멸의 삶’의 의미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기도, 허무맹랑하기도 했다.

 대륙의 어느 국가에서는 말 그대로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살아 있는 것 자체를 영생이라고 여겼고, 한 종교에서는 그저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이 아닌 모든 죄로부터 해방된 구원의 자유를 영생이라고 칭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영원히 산다는 것을 추상적인 개념에 가둬 두지도, 끊임없이 노화하는 인간의 신체에 국한하지도 않게 만들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된 현재에 인간들은 스스로를 인지하는 ‘기억’을 통해 영생을 꿈꾼다.

 밀레니엄이 되기도 전인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비행을 할 줄 모르는 여주인공이 조종법을 뇌로 다운받아 곧바로 헬리콥터를 몰고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불가능한 것들은 가능케 했던 설정은 SF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였지만, 이제는 임상실험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만큼 현실에 성큼 다가와 있다.

 자율주행 차량과 민간 우주선 등 SF적인 생각을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넘어 실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생명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 뇌와 컴퓨터 간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다.

 설립 3년 만에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의 전극과 초소형 칩으로 구성된 인터페이스 장치를 내놓더니 1년 뒤에는 실제로 칩을 이식한 돼지 거트루트를 대중 앞에 선보였다. 그 후 2년 만인 지난해에는 원숭이의 뇌에 시각적 임플란트를 삽입, 알파벳의 밝기 조절에 따른 원숭이의 시선으로 문장 타이핑이 가능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이를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우리가 생각만으로 스마트폰이나 PC에 타이핑을 할 수 있는 기술까지 구현한 것이다. 머스크는 뉴럴링크가 적용될 가장 유망한 분야로 의료를 꼽고 있다. 뇌의 특정 신호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뇌 관련 장애는 물론, 촉각, 시각 등을 활용할 수 없던 사람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가능성을 놓고 따진다면 세상에 이뤄지지 못할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지금까지 그가 언급했던 공상 과학 같은 일들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고 넘어갈 일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머스크가 준비하는 새로운 미래는 인간이 AI의 지배를 받을 것이라는 공포를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파괴시킨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를 직접 연결해 디지털 초지능을 구현하는 ‘트랜스 휴먼’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무엇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영생의 기준은 천차만별이지만, 머스크의 계획에 따라 초지능적인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알츠하이머나 자폐와 같은 뇌 관련 질병이나 장애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선다면 인간은 인공지능과 결합된 뇌를 통해 그야말로 ‘영생’을 얻을 수도 있는 셈이다.

 그래서 뉴럴링크의 도전은 끝이 아닌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행위를 넘어 치료와 활용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면 우리 뇌에 가해지는 자극과 변화는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물론 각종 윤리적인 문제들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사람이 기억의 일부를 지우는 것은 정당할까.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인가. 새로운 정보를 주입할 때의 권한과 제한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이 모든 기억과 정보에 대한 개인의 자율권은 얼마만큼인가. 잠깐의 고민에도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시간이다. 당신은 뇌에 칩을 이식하고 초지능을 가진 트랜스 휴먼이 될 준비가 됐는가?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