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언 광주교육청 교육정책연구원·교육학 박사 |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듯, 필자도 삶이 무기력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마다 여가시간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해나가려는 시도를 해왔었다. 친한 사람들과 술자리나 친목 모임을 가지며 기분 전환을 한 적도 많았고,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나와 내 주위를 살피기도 하였다.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 때에는 문화예술을 통해 나를 치유해나갔다.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연주, 무대를 관람하는 것도 좋았지만 나는 직접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음악에 따라 내 몸을 움직이면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와 그 시간에 집중하면서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유효한 수단 중 하나로 문화예술을 꼽는다. 한켠에선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시간 남을 때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도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매일 코로나 감염의 위험 속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심리·정서적 안정을 위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는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2021년 전국교육정책네트워크의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 변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이 높고 가정경제수준이 낮을수록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이 겪은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는 더욱 많았고, 스트레스 등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증가하면서 자존감, 주관적 행복감, 성취동기 등의 긍정적 심리정서 수준은 낮아졌다. 또 대부분의 학생은 코로나19 감염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코로나19에 따른 학생들의 심리정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맞춤형 심리지원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취약계층 학생들이 심리정서적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19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는 예술이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꾀하고 꿈과 감성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예술이 자기인식,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감, 몸과 마음의 웰빙, 자신감, 동기부여, 문제해결력 등 개인적 차원의 교육적 효과를 가진다는 결과를 내놨다. 공동체 및 사회적 차원에서는 참여적 시민 형성, 공동체 응집, 사회문제의 대안적 해결기제, 신뢰형성, 소외된 이들에 대한 긍정적 변화 등의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예술의 가치와 영향력은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와 정서를 치유하기 위해 반드시 여러 영역에 적용해야 할 부분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시련이나 실패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예술활동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사회적 고립과 단절을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자신의 삶에서 한걸음 물러나 조망하면서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잣대로부터 받은 부정적 경험과 내면의 괴로움에서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곳곳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지역 문화·예술기관에 직접 찾아가서 체험활동을 하거나, 지역 예술단체가 학교를 찾아 공연·전시 등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학생 수준에 맞는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예술 선물이 교육 현장의 코로나 치유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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