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인근 교차로. 한 차량이 보행자가 건너고 있음에도 '나몰라 우회전' 하고 있다.
"사람이 지나갔는데도 통행이 안 되는 건가요? 바뀐다는 말만 들었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지 못하니 헷갈리기만 하네요"
새해부터 횡단보도 우회전 시 '우선 멈춤'을 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 부과와 함께 보험료 할증이 적용된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여전히 우선멈춤 없이 차량이 우회전 하고 있어 강화된 규정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1시께 찾아간 광주 북구 두암동 인근 교차로.
도로에는 인근 고속도로와 순환도로를 통해 진입한 차량들로 가득했다. 주말을 맞아 산행하러 온 등산객들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고 보행자들이 차례로 건너던 찰나, 한 차량이 잠깐의 틈을 비집고 우회전을 시도했다. 이에 길을 건너던 시민은 깜짝 놀라 멈춰 서기도 했다.
명백한 법 위반이지만 이곳에는 단속 카메라나 단속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모 씨는 "이쪽 횡단보도 신호가 긴 탓에, 차량들이 초록불에 사람이 걸어와도 못참고 지나간다"며 "신호를 무시하고 오는 차량에 치일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몇 차례 아찔한 순간을 겪다 보니, 매번 이곳을 지날 때마다 지레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솔직히 시행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어 규정이 강화된 줄도 몰랐다.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는 한, 운전자나 보행자 입장에서 큰 체감이나 실효성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운전자도 적극적인 단속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지산동에 거주하는 노모(47) 씨는 "진작부터 강화됐어야 하는 제도였다. 그동안 횡단보도 우회전을 통해 발생하는 사고 위험이 높지 않았냐"며 "1일부터 차를 몰고 다녔지만,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찰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일 광주 북구 두암동 인근 교차로. 한 차량이 우회전 금지 신호에도 횡단보도를 지나 '나몰라 우회전' 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우회전 차량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부상자는 총 1만3362명(사망 212명·부상 1만3150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보행 교통사고 사상자 중 10%에 이르는 수치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교통사고 근절과 보행자 보호를 위해 2022년 1월부터 횡단보도 등에서 교통 법규(도로교통법 제27조)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범칙금과 함께 운전보험료가 할증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우회전 후 만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거의 다 건넜거나 중앙선을 넘었다 판단되면,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해도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음에도 운전자가 지나가는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면 △승합차는 7만원· 승용차는 6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0점이 부과되고, 횟수에 따라 △2~3회 위반 시 보험료 5% △4회 이상 위반 시 보험료가 10%가 할증되는 등 불이익이 추가된다.
이에 한 경찰 관계자는 "원래 도로교통법상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할 때는 일시정지하게 돼 있다. 그간 어느 정도 눈감아 준 부분이 있던 것"이라며 "단속과 관련해서는 기존 방침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단, 이전에 비해 단속의 강도가 올라가긴 할 것 같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어 "우회전 차량과 보행자 안전을 위해 우회전 전용 삼색 등을 올해 안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교통안전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