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만 맛 보는 '해우탕' 들어는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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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협·지발위
해남에서만 맛 보는 '해우탕' 들어는 봤나?
'빵탕순례단'(BTS) 남도 명물빵·탕 전국구로 키우자 ⑩ 해남 ‘해우탕’||미남축제서 농수산물 이용해 개발 ||해남 청정해역 생김 요리에 사용 ||국제음식 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 ||해남군 “맛·관광지 통합 1위 노린다”
  • 입력 : 2021. 08.24(화) 13:08
  • 최원우 기자

해남읍에 위치한 식당 반갑다 친구야의 가마솥 영양밥.

"해남에서는 김을 해우라 부릅니다. 해우탕(국)은 말 그대로 김을 이용한 음식입니다."

광주에서 출발해 약 1시간 30분 정도를 달리다 보면 영암을 지나 해남이 나온다. 도로에 내걸린 '대한민국 여행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대한민국의 시작이자 땅끝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해남은 서해와 남해를 함께 품은 덕분에 언제든 싱싱한 해산물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음식 자체만으로도 건강하다. 땅끝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다 보면 보약이 따로 없다. 해산물과 함께 해풍을 맞고 자란 채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해남만의 한상차림은 그 어떤 지역의 맛과 비교해도 일품이다.

해남에는 해우탕이라는 생소한 음식이 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름에 맛이 궁금해 도착한 해남읍 어느 한 식당에 들어서자 5성급 호텔 주방장 못지않은 포스의 사장님이 환한 미소로 반긴다. 해남에서 자란 김을 이용해 탕을 만들어 판매하는 '반갑다 친구야'의 유창일(59), 정진희(56) 부부다.

'반갑다 친구야' 식당을 운영하는 유창일(59), 정진희(56) 부부.

●물김으로 만든 '탕'

해남에서는 김을 김이라고 부르기 전에 '해우'라고 불렀다. 바다의 소고기라는 뜻으로 그만큼 영양이 좋다는 의미다. 해우탕은 해남 청정해역에서 자란 김을 말리거나 냉동하지 않고 생김 그대로 사용한 음식이다.

해우탕이 포함된 백반을 시키면 가마솥 영양밥과 여러 가지 나물 등의 밑반찬들로 한 상 가득 채워진다. 가지나물, 고구마순, 방풍, 갈치, 전어 속 등 모든 게 해남에서 자란 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만든 반찬들이다.

해우탕의 첫인상은 기존의 탕과는 다른 모습이다. 탕이라면 냄비 안에 많지 않더라도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해우탕은 정 반대다. 누구나 아는 미역국을 닮은 모습이다. 이는 해우탕이 탕 자체 메뉴만으로 판매되는 것이 아닌 백반 정식에 함께 나오는 국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해우탕에 사용된 재료는 단출하다. 해남에서 자란 물김과 직접 만든 된장, 그리고 여러번의 맛 연구를 통해 육수 대신 사용되는 쌀뜨물이 전부다. 자칫 실망할 수 있지만, 한입 먹어보면 상상 이상의 맛에 절로 웃음이 난다.

조금 딱딱한 식성의 미역과는 다르게 물에 풀린 김은 수저로 떠먹을 때마다 입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국물 맛 또한 구수하고 시원해 한번 떠먹기 시작하면 손이 멈추질 않는다. 별다른 재료 없이 탕 안에 김만을 건져 먹었을 뿐이지만, 가마솥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말끔히 해치울 정도다. 가마솥 밥을 덜어내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이때 같이 나온 김치와 나물들을 함께 먹으면 마치 두 개의 메뉴를 시켜 먹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유 대표는 "해우탕은 해남에서만 맛을 볼 수 있어서 해남을 찾은 관광객분들이 해우탕을 보면 꼭 한 번씩 이름을 물어보는 것 같다"며 "해남만의 음식인 해우탕을 맛있게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다행히도 맛을 본 손님들이 대부분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해준다. 지금은 해우탕만을 먹기 위해 김의 수확 시기에 맞춰 가게를 찾아주는 단골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음식 관광 자원… 직접 만든다

해우탕은 올해 3회째를 맞는 해남미남축제에서 지역의 농수산물을 이용한 요리 레시피 개발 과정에서 연구돼 만들어졌다.

해남미남축제는 '해남 밥상! 맛보go! 즐기go!'란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축제이다"며 "주민 직접참여와 경쟁력 있는 향토 음식을 발굴, 관광 자원화하고 축제를 통해 해남을 대표하는 맛집을 발굴·육성해 지역주민과 방문객에게 편의를 제공, 지속적으로는 발전 가능한 음식개발로 음식 관광 자원을 강화하고자 개최되고 있다.

지난 2019년 1회 축제 개최 당시 명현관 해남군수가 해남의 김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생산되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요리에 사용해 보자는 뜻을 밝혔고, 이에 지역민들이 참여해 김을 이용한 음식을 개발한 결과가 해우탕이다.

지역민들이 만들어 낸 해우탕은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해남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해우탕 개발 주요 성과를 보면 '2020 대한민국 국제음식 경연대회'에 광주전남 대표팀으로 출전해 돼지뼈 해우탕, 한우스지 해우탕, 전복 해우탕 등 세가지 메뉴를 통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부가적인 재료에 따라 앞 이름이 바뀌지만, 물김이 들어간 해우탕 본연의 맛은 어디에 내놔도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김향희 축제팀장은 "해남은 가볼 곳, 먹을 곳이 많다. 9월이면 케이블카 개통 등 우수영권을 찾는 분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해남을 찾은 분들이 해남의 먹거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식당 컨설팅과 음식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맛과 관광지 두 가지를 잘 조화시켜 해남을 찾은 관광객들의 마음속에 또 찾고 싶은 지역 1순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우탕을 만들기 위해 유창일 대표가 물김을 씻고 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