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눈치 보고 적당히 눈감아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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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물주 눈치 보고 적당히 눈감아준다면
한심한 소방시설 점검 시스템
  • 입력 : 2018. 01.30(화) 21:00

화재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소방시설 점검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특히 대형 건물이나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종합정밀점검 과정에서 건물주의 회유에 의해 각종 지적사항이 묵인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을 뒷전으로 여기고, 비용의 낭비처럼 여겨온 우리 사회의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안타깝다.

부실 안전점검은 현행 법규의 허점에 기인한다. 현재 종합정밀점검은 연면적 5000㎡ 이상 건물 또는 11층 이상 아파트, 다중이용시설을 상대로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점검업체에 의해 1년에 1차례 실시된다. 하지만 건물주가 업체에 정밀점검을 맡기며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건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종합정밀점검 자격을 갖춘 소방시설관리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눈 감아주기 실태조사'가 더욱 빈번하다고 한다.

소방시설관리업체의 영세성도 문제다. 실제 업체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업체는 계약을 유지시키기 위해 건물주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방정밀점검 단가도 크게 떨어져 소방시설관리업체의 비용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경영난으로 폐업한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점검이 이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안전은 단순히 구호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설마 괜찮겠지' 하는 안전불감증과 몇 푼의 비용을 아끼려다 엄청난 대가를 치른 사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 왔다. 문재인 대통령 말처럼 '안전불감증'이나 '적당주의'는 우리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다. 돈 때문에 더 이상 목숨이 휘둘려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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