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고려인 동포에 잇따른 '조국의 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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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뇌수술 고려인 동포에 잇따른 '조국의 온정'
지난달 뇌출혈로 수술 고려인 이마리나씨
광주 고려인마을에 알려 700여만원 성금
"우리 동포다" 전국서 도움의 손길 희망찾아
  • 입력 : 2017. 02.10(금) 00:00
이마리나(오른쪽)씨와 아들 이블라디미르씨.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 줄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목숨을 구해준 병원과 일면식도 없는 한 고려인을 위해 성금을 건네온 한국동포들에게 감사합니다."

9일 고려인 3세 이마리나(48ㆍ여ㆍ키르기스스탄)씨의 아들 이블라디미르(29)씨가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어머니를 대신해 온정을 베푼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달 26일 뇌출혈로 쓰러져 광주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이마리나씨는 다행히 죽음의 고비를 넘겼지만, 2100여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절망에 빠져있었다. <본보 2017년 2월2일자 7면>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수술비와 입원비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 신분인 이마리나씨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90일간의 입국 체류 일수에 이틀이 모자란 시점에서 수술을 받아 수혜가 좌절됐다. 막대한 의료비 부담에 아들 이블라디미르씨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도움을 요청했다.

고려인마을을 통해 이 같은 사연이 퍼지면서 전국각지에서 이마리나씨를 돕고싶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동행과 행동' 회원들은 100만원을 모아 이씨가 입원한 병원에 건넸다. 부산과 광주 등지의 시민들이 고려인마을로 후원계좌를 묻는 전화가 잇따랐다.

이에 고려인마을 측은 후원계좌를 만들고 지난 8일까지 780여만 원을 모금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이마리나 쾌유 기원' 등의 문구를 이름 대신 적어 송금하기도 했다.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과 광산구 공직자들은 각각 200만 원 성금을 건넸다. 고려인마을 거주민들도 5000원~1만 원씩 자체 모금을 진행 중이다.

응원은 인터넷 상에서도 이어졌다. 소식을 접한 한 누리꾼은 댓글을 통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한국을 찾은 이들에게 피를 나눈 형제의 정을 조금씩이라도 보태자"고 했다. 다른 누리꾼도 "한국인은 하나다. 이제 모든 동포들을 하나로 보듬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온정이 모인 덕분일까. 이마리나씨는 현재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상태다. 담당의사는 "뇌출혈은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환이지만 다행히 수술이 잘돼 건강한 상태"라며 "다만 후유증으로 운동신경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 이블라디미르씨는 하루 종일 어머니 곁에 머물며 수발을 들고 있다. 이따금 바깥 바람을 쐬고자 병실에 마련된 휠체어에 이마리나씨를 태우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에 건너온 이래 이번처럼 타인의 도움과 관심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라며 울먹였다.

신조야 광주 고려인마을 대표는 "전국각지에서 한국인 동포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준 덕에 절망에 빠져있던 이마리나씨 모자가 희망을 얻게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따뜻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마리나씨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광주 고려인마을(062-961-1925)로 문의하면 된다.

글ㆍ사진=김정대기자 jd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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