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회의에서 교사 추천서를 폐지하고 생기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학생ㆍ학부모에 비공개해 추천서를 대체하는 방안 등 학생부종합전형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대학이 평가요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의 활동만을 인정하도록 철저한 노력을 기울일 것 등의 학종 보완방향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으로 2015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전형에서 명칭이 바뀌었다. 학생부 중심의 대입전형 선발 인원(학생부종합ㆍ교과전형 모두 포함)은 2015학년도 전체의 55%, 2016학년도 57.4%, 2017학년도 60.3%, 2018학년도 63.9%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대학입시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학종은 성적보다 소질, 잠재력 등을 평가하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비교과 활동 경쟁을 부추겨 교육의 양극화, 사교육 심화 등 부작용도 낳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제안했고, 시도교육감들은 서울교육청 주도로 학종 보완책 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추후 재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대입 학종 개선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생기부 교사의견란 비공개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비공개할 경우 교사의 주관적 평가와 불공정 기술 등으로 자녀가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광주 S고 3학년 학부모 이미영(46)씨는 "생기부는 일부 상위권 학생들과 입김이 센 학부모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비공개할 경우 그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사의 평가가 어떤지 알아야 아이한테 더 신경을 쓸 수 있고, 대입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대비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광주 D고 2학년 학부모 최경미(43)씨도 "교사들이 감정에 치우쳐 좋은 서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생기부 비공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신뢰성 회복에 전혀 도음이 되지 않는 방안이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찬반이 엇갈린다.
광주 C고 3학년의 한 교사는 "생기부는 비공개로 전환돼야 한다.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한테 한두 마디라도 좋지 않은 글이 보이면 빼달라고 요구해 생기부를 좋은 내용 일색으로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광주 M고의 한 교사는 "생기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학생ㆍ학부모에게 비공개한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듯하다"며 "오히려 비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교육부는 전국 일선 고교를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실태 조사를 벌일 계획인 가운데 생기부 무단 수정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광주의 한 인문계고가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