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만명 정보를 한 서버에 저장·관리 납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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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2500만명 정보를 한 서버에 저장·관리 납득 어려워”
SKT 유심 정보 유출 전문가 진단
이흥노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유심 교체 대상자 2500만명 달해
확보 물량 100만개 그쳐…사회 혼란
“보안 컨트롤타워 구축 검토해야”
  • 입력 : 2025. 04.28(월) 18:40
  •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이흥노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지스트 제공
해커의 공격으로 SK텔레콤 가입자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천만명의 개인 정보를 한 서버에 저장해 관리했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가입자 보유 식별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유심을 교체하는 것이 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유심 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전국 T월드 매장을 통해 유심 무료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무료 교체 대상자는 2500만명에 달하지만, 현재 확보된 유심 물량은 약 100만 개에 불과하다. 5월 말까지 추가로 500만개를 확보하더라도 전체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심 교체 지연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르신 등 디지털 대응에 취약한 계층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여파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심(USIM) 카드는 핸드폰에 삽입되는 작은 칩으로, 단말기 교체 시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 카드에는 △전화번호 △가입자 보유 식별번호 △유심 카드 식별번호 등 핵심 정보가 저장돼 있다. 해커가 이 정보를 탈취해 동일한 유심카드를 복제하면, 대포폰 생성 등 금융 사기와 피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번 유출 사고는 SK텔레콤의 서버가 해킹당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이흥노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번 유심카드 해킹 사태에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은 유심카드 교체”라며 “유심을 교체하면 가입자 고유 식별번호 등 주요 정보가 변경돼 과거 정보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 전화번호를 다시 등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유심 재고 물량 부족과 관련해 “물량 확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유심보호서비스’라도 가입해야 한다”며 “이 서비스는 기존 정보에 휴대전화 고유번호까지 추가로 인증하는 방식이라 보다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심보호서비스는 28일 오후 5시 30분 기준, 대기 인원이 약 20만명에 달하고 있다. 대기 시간만 18시간이 소요되는 등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르신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유심 교체나 보호서비스 가입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추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모바일 금융거래 잠금 △114 고객센터 상담 △SKT 영업 매장 방문 확인 △수상한 연락 차단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SK텔레콤은 70대 이상 등 디지털취약계층에 상담사가 직접 통화를 하겠다는 대응책을 내놨다. 이외에도 직접 유심 변경을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위임장 작성에 따른 대리인 교체, 택배·찾아가는 서비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이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2500만명의 정보를 한 서버에 저장해 관리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보 보호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인 만큼, 국가 차원의 강력한 보안 컨트롤타워 구축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