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광주 서구 농성동에서 한 어르신이 길가에 나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광주시는 지난해 12월12일 광주빛고을콜택시와 ‘어르신 콜택시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같은달 13일부터 ‘어르신 전용 콜택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제도는 택시 호출앱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가 어려워진 현실을 고려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보다 편리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용 방법은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기존 콜택시 호출 시스템과 동일하다. 택시를 타고 싶은 어르신은 전화(062-525-5555)를 통해 원하는 장소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으며, 호출료는 무료다. 단, 목적지까지 이동한 택시 요금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며, 택시 요금이 기본요금인 5300원 미만일 경우 호출료(최대 1000원)가 발생한다.
문제는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 지나도록 많은 시민들이 제도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디지털 소외계층도 전화 한 통으로 택시를 쉽게 호출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직접 택시를 잡고 있다.
실제로 광주의 전통시장과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가 본 결과, ‘어르신 콜택시’ 제도를 알고 있는 어르신을 찾기 어려웠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80대 이모 씨는 “다리가 아파서 택시를 타려고 길에서 한참이나 서서 손을 흔들었지만, 택시가 잡히지 않아 결국 버스를 타고 왔다”며 “어르신 콜택시 제도는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짐보따리를 양손에 가득 챙겨든 이미숙(79)씨는 “택시비가 비싸다 보니 (시장까지)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왔는데, 장을 보니까 생각보다 짐이 너무 많아져서 택시를 잡아야 할 것 같다”며 “30분 전부터 계속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었는데, 아직도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에는 길에서 택시를 쉽게 잡았는데,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호출앱으로 택시를 잡다보니까 거리에 온통 ‘예약’ 불이 들어온 택시 뿐이다”고 토로했다.
시장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남구 노인복지관 앞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호출앱을 통해 택시 잡는 방법을 딸이 알려줬는데, 너무 어려워서 그냥 길에서 택시를 잡는 편이다”며 “지역에 있는 콜택시 회사가 거의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이런 제도가 생긴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제도가 정착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어수선한 시국에 연말·연초에 모임이 많이 취소되면서 전체적인 택시 이용률이 줄어들었다. 아직 시행 초기 단계라 별도의 이용률 집계는 하고 있지 않지만, 해당 제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다만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노인복지회관이나 경로당, 버스·택시 승강장에 포스터를 붙이고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