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공사현장 직접 점검·지자체 정책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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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입주민 공사현장 직접 점검·지자체 정책 ‘뒷받침’
●위기를 넘어, 더 안전한 건설 현장 만든다
<하>시민이 만드는 ‘안전사회’
'안전불감증' 공사현장 잇단 사고
시민들, 현장 감시자 역할 도맡아
위험요소 발견시 시공사 문제 제기
의회, 민간전문가 참여 협의제 운영
  • 입력 : 2025. 03.18(화) 17:50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3주기 추모식이 열린 지난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유가족 대표가 정부를 향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건설 현장의 안전은 노동자의 생명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업계에서는 비용 절감과 공사 속도를 이유로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도 전국 곳곳에서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3일 경기도 화성에서 벌어진 근로자 사망 사건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전국에서 40건 이상의 중대재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사고로 현장에서 숨지거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 세상을 떠난 근로자도 44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전남에서도 공사 현장에서의 안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29분께 곡성군 삼기면 조립식 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2명이 4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주택 외벽에서 용접 작업을 하고 있던 A씨(55)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함께 일하던 다른 작업자도 다리 골절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앞서 영암의 한 조선소 하청업체에서는 지난 8일 오전 8시30분께 20대 신호수 B씨가 대형트럭과 공장 벽 사이에 끼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고가 잇따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히 건설 현장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작업자들은 충분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며, 안전 장비가 미비한 경우도 적지 않다. 시공사와 원청업체의 관리 소홀, 정부의 미흡한 점검 체계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뒤섞여 있어 사고를 막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건설 현장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근본적인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 감시자로 나서다

실제 시민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안전한 건설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유가족들은 매년 사고 현장에서 추모식을 열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가족들은 시공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며, 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정호 화정아이파크참사 유가족 대표는 “국민 모두가 잊지않고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유가족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정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며 현장 요원들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 화정아이파크(현 센테니얼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은 직접 공사 현장을 살펴보며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서 작은 균열이나 위험 요소를 발견하면 즉시 시공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엽 입주예정자 대표는 “시공사와 지자체에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히 요구했다”며 “입주민들이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하며 공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례 제정 통한 안전대책 수립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자체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안전 대책도 마련됐다.

광주 서구는 지난 2022년 한시기구인 아이파크사고수습지원단을 출범해 민원이나 피해 보상과 관련한 중재, 산업·시민 재해 예방, 해체·재시공 관련 행정 조치 등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아이파크사고수습지원단은 20여명의 규모로 2과(피해지원과, 사고수습지원과) 5팀(총괄지원팀, 가족상가피해지원팀, 중대재해예방팀, 입주예정자대응팀, 지역건축안전센터팀)으로 구성됐다.

또 광주 서구의회는 김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구의회 정책자문단 운영 조례’ 제정을 통해 건설, 문화, 경제 등 민간전문가와 함께 분과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나섰다.

조례를 통해 운영 중인 ‘서구의회 정책자문단’은 자문에 국한된 기존 위원회 기능을 넘어 구정 추진성과 문제점 분석, 향후 대책 수립을 위해 서구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구성된 다자간 민관협의체다.

정책자문단은 지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수습 및 피해지원을 위해 건설분야를 필두로 주민 민원사항에 대해 현장에서 주민들의 의견과 구청 담당부서의 설명을 청취하고 해결방안 등을 논의하며 안전 사회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