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 시도에 나섰다 불발된 다음 날인 2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서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공수처는 “재강제구인 등을 포함한 형사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했다. 또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 예정된 모든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신속한 심판을 위해 2월 중순까지 주 2회꼴로 일정을 잡아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은 향후 ‘변론 준비-변론’을 반복하며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지난 20일 진행된 공수처의 강제구인 시도도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공수처는 구속 후에도 계속해서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에 대해 강제구인을 시도했다. 공수처는 20일 오후 3시께 검사와 수사관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보내 구인하려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서 6시간 넘게 대치하다 결국 소득 없이 철수했다.
윤 대통령 측에 따르면 공수처 직원들이 도착했을 당시 윤 대통령은 변호인들과 접견 중이었다. 강제구인 절차를 밟으려 하자 변호인들은 탄핵 심판 변론을 준비해야 한다며 오후 9시30분께까지 대통령과 계속 접견했고, 공수처 직원들은 대기하다 철수했다고 한다.
공수처 직원들이 모두 철수한 후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이 직접 이날 변론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20일 오후까지도 변론기일 출석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늦은 밤 출석으로 가닥이 잡힌 배경에는 향후 공수처의 수사를 거부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가 밝힌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은 1차로 오는 28일에 만료되고, 한 차례 연장하면 오는 2월7일 끝난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구속 기한이 만료되기 전 사건을 검찰로 보내야 하는데, 검찰이 수사를 보완할 시간을 고려하면 1차 구속 기한이 끝나는 28일 전에는 사건을 넘겨야 한다.
헌재는 이날과 23일, 오는 2월4일과 6일, 11일, 13일 등 2월 중순까지 설 연휴를 제외하고 주 2회 정도 변론기일을 빠듯하게 잡아둔 상태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변론 준비와 변론기일 출석을 이유로 공수처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을 전망이라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을 조사할 시간은 거의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공수처는 강제구인을 추가로 시도할 방침이지만, 실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면 조사 위한 시도를 중단하거나 아예 거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탄핵심판절차에 참여하는 건 본인의 변론권이라 그걸 공수처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이 이처럼 공수처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검찰로 사건을 빠르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와 검찰은 구속 만료 기한과 사건 송부 시점 등을 협의하고 있다.
김선욱 기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