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국민 대표 자격 없다”…서울·광주 분노의 물결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국힘, 국민 대표 자격 없다”…서울·광주 분노의 물결
국회앞 광장 전국서 100만명 모여
추위 잊은 채 "내란수괴 즉각탄핵"
국힘 당사 찾아 탄핵 동참 요구도
광주 5·18민주광장도 4000명 운집
"국민 지지 않아…끝까지 싸울 것"
  • 입력 : 2024. 12.08(일) 18:57
  • 서울=민현기 기자 ·광주=윤준명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한 7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일대에 수많은 시민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헌정사상 17번째 계엄 사태 이후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에 따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가운데 서울과 광주 등 전국 곳곳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로 뒤덮혔다.

●국회 앞 촛불 대행진…“탄핵” 한 목소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40년 후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불타고 있습니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한 지난 7일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정문 앞으로 쏟아져나왔다.

이날 주최 측 추산 인원은 100만명으로 당초 예상된 신고 인원인 20만명보다 5배가 더 많고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집회 인원의 20배에 달하는 인파가 모였다.

경찰도 10만명까지 참석 인원을 추산하다 집회 시작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파가 늘어나자, 집계를 보류했다.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3시간 앞둔 오후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입구부터 국회 정문 앞 일대는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에도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추위도 잊은 채 “윤석열을 체포하라”, “내란수괴 즉각탄핵”을 한목소리로 외치며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시민들은 국회 본회의에서 첫 번째로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 과정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로 지켜봤다. 오후 5시40분께 특검법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는 한층 격앙돼 “창피하다”, “위헌정당 해산하라” 등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수백명이 7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탄핵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특검법 뒤 상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국민의힘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불참했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이 투표에 참여해야 성립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동의했으나 끝내 단체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부르며 본회의장으로 복귀할 것을 호소했다.

국회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시민들도 박 원내대표의 부름에 맞춰 의원들의 이름을 함께 따라 부르며 여당 의원의 탄핵안 투표를 촉구했다.

실망감을 금치 못한 일부 시민은 플랜카드를 찢으며 울분을 표출했다. 탄핵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해남에서 새벽에 출발했다는 전순덕(51)씨는 “아무리 ‘국민의힘’ 소속이어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가결표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고 한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고 누가 봐도 내란이 확실한 상황에 당의 눈치를 보고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허탈했다. 오늘 자리를 떠난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탄핵소추안 표결이 통과될 줄 알고 민주주의의 역사적 현장을 가르쳐 주기 위해 자녀와 함께 집회현장을 찾았다는 박상대(36)씨는 “건강한 정치보다는 이권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어떤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어른으로서 끝까지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민 수백명이 7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서울=민현기 기자
시간이 흘러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의힘 당사에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는 시민 수백명이 몰려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국민의힘은 탄핵에 동참하라”를 연신 외쳤고 한 청년의 주도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양측의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시민 여럿은 바로 옆에서 “시끄럽다”, “이재명 구속”을 외치며 맞대응해 경찰이 제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수천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국힘당 표결 불참에 광주시민 분노 “끝까지 싸울 것”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지난 7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은 시민들의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에 나서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광주지역 8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광주시민 4차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비상행동 관계자 800여명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범국민 촛불대행진’ 참여를 위해 상경했음에도, 현 정국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5·18민주광장에는 지난 3일간의 집회보다도 많은 주최추산 4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윤석열 정권 퇴진 4차 총궐기 대회에 참석한 고등학생들이 지난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국회 본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중계 장면을 바라보며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급격히 떨어진 기온과 진눈깨비가 날리는 한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굳은 결의로 광장에 몰려들었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싼 시민들의 손에는 ‘내란죄 윤석열 체포·구속’, ‘국힘은 탄핵에 동의하라’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여당 국민의힘의 탄핵 동의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렸다.

집회는 ‘임을위한행진곡’ 제창을 포함한 민중의례에 이어 자유발언, 민중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던 중 오후 5시40분께 ‘김건희 특검법’ 부결 소식이 전광판으로 실시간 송출되자 광장 곳곳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탄핵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지난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같은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앞서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이 퇴장하는 모습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김양배 기자
목포대학교 사범대학 1학년 김정우(19)씨는 “나중에 교단에 서는 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강추위에도 광장에 나왔다”면서 “‘김건희 특별법’ 부결에 이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참은 충격적이고 예상 밖이다. 국회 앞에 국민 100만여명이 모였고, 5·18민주광장에도 수천명의 시민이 모였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민의를 저버리고 표결에 불참할 수가 있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후 진눈깨비는 빗방울로 바뀌어 내렸고, 빗줄기가 점차 굵어져도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본회의장 복귀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자유발언과 구호를 통해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광주는 잊지 않는다. 광주는 지지 않는다”며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지난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같은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부결되자 분노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가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투표 종료를 오후 9시20분까지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초조한 듯 발을 구르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결국 투표가 종료되고 의결 정족수를 미치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무산되는 순간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의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수천명의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윤준명 기자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4학년 이상훈(25)씨는 “대학생으로서 역사 앞에 침묵할 수 없어 광장에 나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큰 충격을 받고, 우리 민주주의 역사가 한순간에 무너질까 우려를 느꼈다”며 “위대한 국민들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강기수(72)씨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1980년 5월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다. 오늘 윤 대통령의 급조된 듯한 대국민담화를 보고서는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며 “오늘 탄핵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또 한번 실망하고 분노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김건희 여사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민주광장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우식 비상행동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조직적으로 탄핵안 의결을 방해했다. 내란범에 동조하며,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날선 비판을 남겼다.

8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한 ‘헌정유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5차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윤준명 기자
탄핵 무산 다음날인 8일 오후 4시에도 5·18민주광장에서는 비상행동이 주관한 5차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도 1000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KIA타이거즈 응원가인 ‘광주의 함성’과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의 응원가를 개사해 부르는 등 윤 대통령 퇴진을 향한 투쟁을 펼쳤다.

한편 비상행동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계속 이어간다. 6차 총궐기대회는 오는 14일 오후 4시 동구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진행된다.
서울=민현기 기자 ·광주=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