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광주·전남 각급 학교에서도 피해 정황이 확인돼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NS에 떠도는 광주지역 피해 학교 리스트. 사이트 캡쳐

불특정 여성의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일명 ‘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각급 학교서도 대규모 피해 정황이 확인돼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서울대 n번방’, ‘인하대 딥페이크 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활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불특정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에 게시된 사진에서 얼굴 부분을 추출한 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음란물에 합성한 가짜 사진·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를 말한다.

최근에는 전국 각급 학교별 피해 리스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돼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 엑스(X·구 트위터)의 한 계정에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자 학교 명단이 게재됐다. 해당 계정에는 지금까지 전국의 초·중·고교와 대학 등 300여개 학교의 학생들이 피해를 당한 것으로 제보됐다.

명단에는 광주·전남의 중·고교와 대학 등 여러 곳이 언급됐다. 피해자 중에는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와 대학생, 여교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된 모든 학교에서 실제 피해자가 발생했는지,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SNS에서 떠도는 ‘피해 명단’으로 언급된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혹시 내 사진도 범죄에 이용당한 것이 아닌지’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A(20)씨는 “SNS에서 돌아다니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학교 리스트에 우리 학교가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 나도 피해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개인 SNS와 메신저의 사진 등을 모두 지웠다”며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도 연일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피해 불안에 학우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렇듯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면서 경찰은 관련 수사와 함께 추가 범죄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남경찰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신고가 접수돼 피의자 2명에 대해 수사·추적에 나섰다고 26일 밝혔다. 피의자 2명은 신고자 외에도 다수의 여성에 대해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경찰에는 아직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이 확산함에 따라 각 학교 당국과 함께 학교전담경찰관(SPO)·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사례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전남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악질 범죄다. 제작·유포 뿐 아니라 소지하거나 시청만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 2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범행 대상이 미성년자일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