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다 건너서"…한국계 교토국제고, 일본 고시엔서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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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동해바다 건너서"…한국계 교토국제고, 일본 고시엔서 첫 우승
간토다이이치고와 연장 접전 끝 2-1 승리
한국어 교가 일본 전역에 생중계
KIA타이거즈 훈련용 공 지원 인연
  • 입력 : 2024. 08.23(금) 14:38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고등학교를 2-1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뒤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창단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하며 기적을 만들었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으로 한국어 교가가 일본 전역에 울려퍼졌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10회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경기는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교토국제고는 5회초 2사 1·3루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상대인 간토다이이치고도 6회말 2사 2루와 7회말 2사 2루에서 득점에 실패하며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졌다.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을 진행하는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서야 점수가 났다. 교토국제고는 연장 10회초에서 안타, 볼넷, 외야뜬공으로 2점을 냈고, 10회말 수비를 1실점으로 막아내며 우승을 확정했다.

1915년 창설돼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 대회로 손꼽히는 ‘여름 고시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4000개에 가까운 일본 고교 야구 팀 가운데 단 49개 팀만 출전할 수 있다. 국제교토고가 여름 고시엔에 진출한 것은 이번 대회가 세번째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교토국제고는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전까지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최고 성적은 2021년 4강이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으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 단체가 민족 교육을 위해 교토조선중학교를 설립해 개교했다.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으로 법인 승인을 받았고, 1963년 고등부가 생겼다.

1990년대 심각한 재정난을 겪기도 했던 교토국제고는 2004년 일본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이후 한일 양국으로부터 중고등 일관 학교로 인정받아 교토국제중학·고등학교가 됐다.

야구부는 1999년 59명의 부원으로 창단됐다. 교토국제고 출신 KBO리그 한국인 선수로는 내야수 신성현(전 두산), 황목치승(전 LG), 포수 정규식(전 LG)가 있었고, 현역으로는 투수 현도훈(롯데)이 있다.

한편, 교토국제고는 광주 연고의 KIA타이거즈와도 인연이 있다. 올해 초 일본 고치현에 2군 스프링캠프를 차린 KIA타이거즈는 교토국제고가 넉넉찮은 재정상황에 찢어진 야구공에 테이프를 붙여가며 훈련을 한다는 소식에 훈련용 공 1000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