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다음날 오전 EBS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표결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같은날 방송4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4법에 대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법안 일방 처리, 여당의 반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어지는 거부권 악순환이 다시금 재현되는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방송 4법’ 강행 처리를 비판하면서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밀면서 왜 안 먹니, 왜 안 먹니 하면 당연히 국민을 위해서 저희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영방송 사장이 수개월만에 교체된 것을 언급하면서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니까 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야당의 일방 처리를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8일 야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송4법을 단독 처리하자 ‘일방 처리한 법안은 재의요구 대상’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방송4법은 당시 법안 숙려 기간과 상임위 법안심사소위 과정 등이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국회의원들을 몰아넣고 있는 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도, 국민의힘이 벌이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방송 4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것이 명확하다. 거부권으로 인해 무효화될 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 부의장은 앞서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여당에 방송4법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4법 날치기 비판에는 국민의힘의 상임위 보이콧으로 법안소위가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4법 수용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박 권한대행은 “방송4법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공영방송이 권력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하도록 기필코 만들겠다는 것이 지금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행태”라며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심에 맞서는 헛된 몸부림을 이제라도 중단하고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일에 협조해라”며 “민주당은 방송 4법 처리를 기필코 완수해서 공영방송을 정권의 사내방송으로 전락시키려는 음모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방송4법 처리를 마치는 대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민생회복지원금법(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등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야당의 구상대로 다음달 1일 본회의가 열려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이 상정될 경우 여야는 또 다시 필리버스터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앞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위 심사 절차 생략, 행정안전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등을 통해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지원금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다만 지난 2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은 보류됐다.
여당은 노란봉투법과 민생회복지원금법에 대해 불법 파업 조장법과 현금 살포법이라며 재의요구권 건의를 예고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