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6월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린 2024 광주 스트릿컬처 페스타 ‘배틀라인업 9 인 광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
영산강 100리길 Y프로젝트 영산강, 황룡강 합류부 이미지. 광주시 제공 |
더 현대 광주 조감도. 광주시 제공 |
#2. 지난 7일과 8일 광주가 들썩였다. 이틀동안 무려 4만여명이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가수 싸이의 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관람객이 모였다. 50대 이상도 다수였다. 공연 초반에는 10대와 20대를 제외하고 잠시 주춤거렸던 관람객들은 1시간이 지나자 모두 광란의 도가니 속에 흠뻑 젖어 들었다. 이를 두고 당시 관람 상황을 찍어 올린 광주 유튜버는 이렇게 말했다. “광주는 못 노는 것이 아니라, 놀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저런 유쾌한 열정을 살면서 본적이 없다.”
● 외지인 유인 요소 없어…‘노잼 도시’ 오명
광주는 ‘노잼 도시’다.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광주에 사는 사람들 중 일부는 반론한다. “먹을 것도 많고 찾아보면 볼거리도 많다”고. 그러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상반된다.
“광주 갈건데, 볼게 있나요?”라는 질문에 인터넷에선 “버스 내리면 바로 유숙헤어(유스퀘어에 대한 타 지역의 별명)라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미용실’ 있어요. 거기엔 서점도 있고, 영화관도 있고 백화점도 있으니 그곳에서 놀면 돼요. 그외는 볼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노잼 도시라는 것을 유숙헤어로 비꼰 것이다.
광주 사람들 마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다수의 시민들은 광주에 오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담양’이나 ‘장성’ 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정유찬(25)씨는 “타 지역에 거주하는 여자친구가 광주에 오면 데려갈데가 없다. 솔직히 지산유원지나 패밀리랜드가 내세울 볼거리는 아니지 않는가. 용인 에버랜드나 서울 롯데월드에 비하면 부끄럽고 초라하다”면서 “결국은 상무지구나 동명동 등 술집만 찾는다. 데이트 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박관혁(51)씨는 “타지의 친척들이 오는데, 무등산을 데려갈 수는 없지 않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긴 하지만, 뭘 하는지 어떻게 이용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거긴 그냥 있는 곳이다”면서 “친척들에게 해주는 것은 맛집 투어 정도 뿐이다. 음식은 맛있으니까”라고 답했다.
강지민(36)씨는 “광주가 광역시 맞나 싶다. 이렇게 볼거리 없고 놀거리 없는 광역시가 있을까. 공연 하나 열리는 것이 엄청나고 특별한 일이 되는 곳이 광주다”며 “친구들과 호캉스를 가고 싶어도 광주 호텔에서 과연 호캉스를 즐길수 있을 지 걱정이 돼 타지역으로 간다. 솔직히 광주시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본적이 있나. 서울과 부산은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넘친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광주는 ‘랜드마크’가 없고 ‘관광지’도 없으며 ‘문화시설’도 없고 즐길만한 ‘숙박시설’도 부족하다. 때문에 외국인도 찾지 않는다.
물론 광주하면 5·18민주화운동이 있다. 하지만 5·18은 즐길거리가 아니라 추모하고 함께 공감해야 할 소재다. 나아가 이런 민주·인권의 도시라는 장점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인권의 도시라면 정치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나 청년 정치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아카데미라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노잼 광주는 곧 젊은층의 인구 유출과도 직결된다. 놀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곳을 찾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데 굳이 광주에서 머물러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광주를 떠난 김진용(29)씨는 광주에 대해 “성냥갑 같은 아파트 말고 볼게 뭐 있나”라고 말했다. 이것이 광주 관광의 현주소다.
● 관광객이 머무는 도시 만들어야
광주시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대 광주시장들은 관광 활성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시늉에 그쳤다. 그나마 민선 8기 들어 강기정 시장이 ‘꿀잼도시 광주’를 내세워 여러가지 시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광주시는 지역 거점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어 도시이용 인구 3000만명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광주시는 영산강·광주천·송정역 등 지역별 거점 공간에 집중적으로 활력을 불어넣는 ‘5대 신활력벨트’ 조성사업을 본격화한다.
이 사업은 ‘영산강·황룡강 익사이팅벨트’, ‘광주천 생태힐링벨트’, ‘광주송정역 활력벨트’, ‘광주역 창업벨트’, ‘효천역 디지콘텐츠벨트’다. 이중 가장 빨리 완성되는 것은 2027년 ‘광주역 창업벨트’다.
그 다음은 광주복합쇼핑몰 조성이다. 광주시가 가장 올인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기도 하다.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세워지는 ‘더 현대 광주’는 관광·문화·여가·쇼핑 등 일·생활·주거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미래형 복합문화몰로 계획대로라면 2027년 완공이다. 어등산관광단지 유원지 부지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는 2030년 완공이다. 유스퀘어의 새 버전인 ‘광주신세계 아트앤 컬처파크(가칭)’는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부족하다. 지금 당장 즐길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계획이 잘 지켜진다 해도 광주는 2027년까지는 여전히 볼 것도 즐길 것도 없는 도시다.
노잼 도시 탈출의 열쇠는 ‘재미의 추구’다. 그 재미는 일회성이어선 안된다. 하룻밤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재미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페스티벌이나, 축제, 각종 대회 등이 그것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e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거나, K팝 커버 대회를 열어 세계의 청춘들을 초청하는 것도 있고, 웹툰을 활용한 페스티벌도 있다. 코스프레 대회를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요즘 세대의 눈에 맞춰, 광주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부산관광공사 관계자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 있지 않는 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럴 경우 요즘 세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거기에 따른 사업을 펼쳐야 한다”면서 “부산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1년 내내 고민 중이다”고 조언했다.
부산시의 경우 매년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 행사를 주최해 수십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광주에 수십만명이 올 콘텐츠가 있기는 한가. 앞으로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이 노잼 도시 탈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노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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