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의 모습. 뉴시스 |
이번에 발표한 작품은 모두 9권으로 제1권 ‘장박골의 아침’, 제2권 ‘신군부와 시민군 형제들’, 제3권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4권 ‘붉은 실, 흰실이 뒤섞인 인동꽃 수의 머리띠’, 제5권 ‘나는 보았다. 군인이 등에 꽂고 있는 대검을’, 제6권 ‘아내의 갈퀴손’, 제7권 ‘우리는 외곽도로 경계, 조칠 의형제’, 제8권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제 9권 ‘5·18이 없다면 6월 항쟁도 없다’ 등이다.
대하소설 9권의 제목만으로도 그날의 아픔과 비범함이 묻어난다. 소설가는 격동과 흑암의 시기를 증명하는 사료들을 수집하고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과 허구를 조합하여 장대한 이야기 마당을 꾸려냈다. 공간적 배경은 보성군 문덕면의 주암호 수몰지구를 중심에 두었다. 시대적 배경은 5·18민주화운동의 발발에서부터 전두환 정부가 노태우 후보를 앞세워 직선제를 요구 받아들이기까지 그러한 연후에 군사정권이 하강곡선을 그리는 지점까지의 시기를 무대로 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5·18로 인해 성고문, 구속, 암매장, 파혼 등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끝나지 않는 현재진행의 5·18이 지속된다. 김득수는 보성군 문덕면 장박골 출신으로 문덕면사무소 주사인 공무원이다. 그의 아내 득량댁의 동생 임규정은 5·18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죽었다. 그는 암매장 된지 8년만에 발굴됐다. 김득수는 공직자이지만 이 모든 사건의 증인이다.
박기종은 언론인 출신으로 5·18 때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보성 초당골다원 녹차밭을 가꾸며 살고 있다. 이 녹파밭에서 일하는 인부 여성들이 대부분 5·18때 계엄군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임규정은 5·18때 외곽도로 경계조의 칠 의형제 팀장으로 무장시위대를 이끌었다. 김득수의 아내 득량댁의 삼대독자 동생이다. 광주에서 표구점을 운영하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날의 비극으로 그는 암매장 됐으며 8년이 지난 뒤 발굴됐다.
최 작가는 5·18 당시 실제 옛 전남도청과 충장로 인근에 있는 광산동 72번지에서 살았다. 직접 5·18을 겪은 세대다. 이 때의 경험은 5·18 대하소설 집필의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소설가는 더는 묻어 둘 수가 없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설을 그려냈다.
최 작가는 “그달 27일에는 계엄군들이 쏘아대는 총탄이 지붕 위를 날아다니며 우리집 지붕을 뚫었다”며 “당시 경상도 말을 하는 군인이 총으로 대문을 밀고 들어와 물을 달라고 했다. 집 마당에는 작두샘이 있었다. 물 그릇을 집어든 나는 너무 놀라서 물 그릇을 떨어뜨렸는데, 그 군인이 다시 집어 내 손에 놓아주면서, ‘놀라지 마이소. 군인입니다’라고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반 병사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흘동안 총탄이 쏟아지는 전남도청 앞에 나가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먹을 것을 전하고 더러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며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기도 했다”고 적었다.
그날의 기막힌 참상은 44년의 세월이 흐른 뒤 토설해 내듯 대하소설로 태어났다. ‘44년 세월을 견딘 저항과 통곡의 서사’란 제목으로 서평을 쓴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작가는 스스로의 체험적 인식과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에 대해 매우 진실하고 구체적으로 고백하고 있다”며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은 단편, 장편, 대하소설을 막론하고 많다. 홍희담, 최윤, 임철우, 한강 등의 작가를 별반 어려움 없이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최문경이 하나의 획을 더하고 한걸음 더 나아간 문학적 성과를 제시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문학사적 진전이다”고 평가했다.
불어오는 바람.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