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횡단보도”…광주 곳곳 보행 안전장치 장착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똑똑해진 횡단보도”…광주 곳곳 보행 안전장치 장착
보행신호 연장 ‘스마트 시스템’
어린이·노인 사고위험지역 23곳
잔여시간표시·LED조명 설치 확대
‘대각선 횡단보도’ 확대 사고 감소
市 “보행자 중심 도로환경 조성”
  • 입력 : 2024. 07.03(수) 18:21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2일 오전 8시께 극락초등학교 학생들이 광주 서구 유촌동 극락초등학교 후문 앞 스마트 횡단보도를 건너 등교하고 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이동약자를 위해 횡단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행신호를 자동 연장해준다. 윤준명 기자
“아이들이 파란색 신호를 보고 횡단보도에 급하게 뛰어들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안심하고 통학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광주에 ‘스마트 횡단보도’가 본격 운영된 지 2일째인 지난 2일 오전 8시께 광주 서구 유촌동 극락초등학교 앞.

자녀의 등굣길에 동행한 학부모들은 최근 설치된 스마트 횡단보도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2학년 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 한 학부모는 “학교 주변으로 출근·통학 차량이 많고 횡단보도의 신호도 짧아 교통·안전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의 등·하교 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교통약자를 위해 보행신호를 자동 연장하는 시스템으로 신호등에 부착된 인공지능(AI) 카메라가 보행자를 감지해 횡단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최장 5초를 연장한다. 운전자에게는 전광판으로 보행자의 통행을 알리고, 보행자에게는 음성으로 위험을 안내한다.

광주시는 광주경찰 등과 함께 구축한 ‘지능형 교통체계(ITS) 스마트 횡단보도’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1일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시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을 통해 19억원을 투입, 노인·어린이 교통사고 위험지역 23곳에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치구 별로는 광산구 8곳, 북구·서구 각 5곳, 남구 3곳, 동구 2곳이다.

이날 오전 극락초등학교 인근 통학로는 공공근로 안내 인력의 통제로 신호가 연장되는 경우는 없었지만, 안내 인력이 없는 시간대에도 교통약자 통행이 잦아 시민들의 보행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년째 노인 공공근로로 어린이 등굣길 안내 업무를 하는 오문자(83)씨는 “시민 안전 통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사람들까지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으로 어린이 교통안전이 증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로 어린이 보호구역 일대의 턱이나 적치물 등 장애물도 관리해 어린이들의 보행 안전에 더욱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 전순임(72)씨는 “유촌·유덕동 일대 노인 거주 비율이 높아 스마트 횡단보도가 큰 효과를 거둘 것 같다”며 “음성 안내와 신호 연장 기능이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의 편의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보행자 편의 증진을 위한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행자 편의·안전 증진을 위해 횡단보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1999년 6월 보행등 잔여시간 표시기의 광주 도입·상용화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사고 예방을 위한 LED 조명 횡단보도도 증가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7월3일 기준 광주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는 총 57곳이다. 이 중 어린이보호구역 내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는 36곳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교차로 횡단보도를 대각선으로 연결해 보행신호가 동시 작동한다. 이 때문에 보행자는 여러 번 횡단보도를 건널 필요가 없어 보행 편의성이 올라간다.

특히 보행신호가 켜지면 모든 방면에서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보행자 안전성도 높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한 일반도로에서 교통사고가 9.4% 감소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15.3%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우회전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광주시에 따르면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구간에서 우회전 때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일반도로에서는 25%,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광주시는 스마트 횡단보도와 대각선 횡단보도 등을 추가 조성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교통 체계 조성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으로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이동약자들의 보행 편의 향상과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시민 반응과 사후평가 등을 통해 효과가 나타날 시 적극 확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대각선 횡단보도의 경우 교차로 횡단보도 동시신호로 모든 방향의 차량 진입이 원천 차단돼 사고 예방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신호를 여러 번 대기하지 않아도 돼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며 “보행자 중심의 안전하고 편안한 도로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