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AI와 유머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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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AI와 유머감각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6.18(화) 17:12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무섭다. 인간의 영역을 하나 둘 정복하고 있다. 일부 학계는 무섭도록 성장하는 AI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인간도 AI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의 정점엔 여전히 인간이 존재한다. 이같은 논리는 진화하는 AI가 아직 인간을 넘지 못하는 영역이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실 AI는 ‘인간이 생각하는 과정을 본떠서 생각할 줄 아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보자’는 과학계의 도전에서 비롯됐다. ‘인공적으로’ 만든 지능은 ‘자연스러운’ 지능인 인간의 모조품과도 같다.

최근 과학계는 유머러스한 AI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선문답이나 단순 개그로 대화를 끝내버리는 유머가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재치 있는 유머를 구현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NLP(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처리)가 다다를 수 있는 최고점이 ‘유머’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유머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웃음은 15개의 안면 근육 수축으로 나타나는 신체 반응’이라는 식의 과학적 알고리즘만으로는 사람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다 표현할 수 없다.

언젠가는 ‘유머스러운 AI’가 등장할 지 모르겠지만 당장 AI는 유머감각이 떨어진다. 최근 AI의 침범을 막기 위해 ‘유머’가 바리케이드로 등장했다. 세계적 권위의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가 올해 시상식에 ‘유머’ 부문을 신설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광고업계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자 이같은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광고 이미지 제작부터 소셜미디어(SNS) 광고 유통 등 대부분 분야에서 AI의 활용이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아직 유머만큼은 AI가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이를 부각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인류학자 최진숙은 ‘농담은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기 적합한 행위다’라고 말한다.

인류의 진화와 인간사회를 공고히 하는 유대관계는 ‘유머’라는 주춧돌이 있기에 가능하다. 기계는 인간애(愛)를 결코 넘어설 수 없다. 사랑만큼 유머 역시 인간의 가장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유머러스한 인공지능은 꽤나 도전적인 주제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의 언어 능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종류의 대화형 AI가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유머러스한 AI’의 등장은 인류의 종말을 걱정해야 할 큰 사건이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