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수적석천(水滴石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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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수적석천(水滴石穿)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 입력 : 2024. 06.17(월) 18:35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중국 북송시대 장괴애가 숭양현의 현령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창고에서 황급히 뛰쳐 나오는 한 관리와 마주쳤다. 그를 조사해보니 창고에서 동전 한 닢을 훔친 것이 드러났다. 장괴애가 그를 곤장으로 다스리려고 하니 그 관리가 발끈하며 말했다. “어찌하여 겨우 동전 한 닢으로 저를 벌하시는 겁니까? 허나 저를 때릴 수는 있어도 죽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장괴애가 붓을 들어 판결문을 썼다. “하루에 한 닢이면 천일이면 천 닢이다. 먹줄에 쓸려 나무가 베이고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一日一錢 千日一千 繩鋸木斷 水滴石穿(일일일전 천일일천 승거목단 수적석천).”그리고는 직접 그를 참수한 후 감찰기관에 보고했다.

‘수적석천’은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수적석천’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에게 부딪히는 여러 어려움들을 타개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을 준다. 그 방법은 꾸준한 노력이다. 미미한 힘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최근 KIA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최형우(41)가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도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며 각종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 14일 수원 KT위즈전에서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6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미 KBO리그 통산 타점 1위 타이틀을 보유한 최형우는 통산 1604타점으로 역대 최초로 1600타점을 돌파했다. 올시즌 62타점으로 리그 타점 선두에 오른 최형우는 지난 2011년과 2016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이자 최고령 타점왕 타이틀에 도전 중이다.

최형우는 또 지난 12일 인천 SSG랜더스전에서 0-5로 뒤진 5회 추격의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며 1루타를 추가, 종전 KBO리그 역대 총 루타 1위였던 이승엽 현 두산 감독(4077루타)을 넘어 17일까지 4093루타로 KBO리그 역대 1위로 올라섰다. 그는 총 루타는 물론 2루타(507개), 타점(1604개)에서도 리그 역대 1위를 달리며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최형우가 마흔이 넘어서까지 여러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최형우는 프로 입문 초반기 갖은 고생을 했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포수로 프로에 뛰어든 최형우는 2005시즌 뒤 방출의 아픔을 겪었고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하며 외야수로 전향, 야구의 꿈을 이어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삼성에 재입단한 2008년부터 빛을 발휘하면서 KBO리그 대표 타자로 우뚝서더니 이제는 기록 도전의 새 이정표를 세운 선수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수적석천’의 전형, 최형우의 쉼없는 노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