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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빈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6.04(화) 18:25
한규빈 취재2부 기자
“이슈를 만들어야 돼 우리는.”

기자의 머릿속에 꽤나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말이다. 강철 김포FC 전력강화실장이 화성FC 사령탑을 맡고 있던 2022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했던 얘기인데 승리에 대한 의지를 일깨울 수 있었던 말이다.

강 감독은 “이슈를 만들어야 돼 우리는. 열심히 해서 이기면 인터넷에 다 우리가 대전을 잡았다고 나와”라며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고, 실제로 당시 K3리그 화성FC는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FA컵(현 코리아컵) 2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를 챙기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비록 화성FC는 3라운드에서 K리그1 강원FC를 상대로 0-2로 패배하며 도전을 마무리했지만 많은 축구 팬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 기억이 있다.

그리고 2년 여가 흐른 현재. 우리 지역에 이슈를 몰고 다니는 감독이 있다. 광주FC 사령탑을 맡은 이정효 감독이 주인공인데 긍정과 부정을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부정적인 이슈를 일으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지난달 인천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친 뒤 공식 기자회견이 발단이 됐다.

이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무난하게 총평을 내놨지만 일부 기자의 도발적인 질문에 발끈하는 태도를 보였다. 단답으로 일관하고 이후 설전까지 펼친 것인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서면 경고 조치로 해프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부정적인 이슈보다 긍정적인 이슈가 많은 인물이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부분은 광주라는 축구 불모지에 새로운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는 거다.

사실 광주는 그동안 야구 도시로 대표되어 오던 곳이다. 이 감독도 종종 “기아 타이거즈 홈경기가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축구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현할 정도다.

그런 도시에서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축구와 야구 모두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다. 광주FC는 2021년 1126명에서 2022년 1307명, 2023년 4531명, 2024년 5663명으로 평균 관중이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이 추세에 큰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이 감독의 입이다. 주도권 축구로 불리는 광주 특유의 축구도 팬들에게 흥미 요소가 됐지만 경기장 안팎에서의 이 감독의 발언들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처럼 팬들에게 도파민을 선사하는 것이다.

‘시간 남으면 골! 넣으라고 골!’이라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가 팬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논란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감독의 입이 조용해지지 않고 더 많은 이슈를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