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산유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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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산유국의 꿈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6.04(화) 17:34
김성수 논설위원
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영일만 일원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전 국민께 알렸다. 국내 기술진이 오랜 탐사와 시추를 해본 결과 서너 개 공(孔) 중 한 군데서 가스와 석유가 발견됐다. 물론 나온 건 소량으로 KIST에서 분석한 결과 질이 매우 좋은 석유로 판명이 됐다. KIST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산유국의 부푼 꿈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일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울산 동남쪽 58km 해상인 ‘동해-1 가스전’에서 양질의 천연가스가 발굴됐다. 이곳은 2004년 생산이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유전이 됐다. 놀랍게도 천연가스만 나오는 줄 알았던 동해-1 가스전에서 ‘콘덴세이트(condensate)’라 불리는 양질의 원유가 섞여 나왔다. 전체 생산량의 90%는 천연가스였고 10%가 원유였다고 한다.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동해-1 가스전에서는 하루 평균 5000만 ㎥의 천연가스와 1000배럴의 원유가 나온다. 천연가스는 하루 34만 가구 공급 , 휘발유 상태의 원유는 자동차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울산앞바다 동해-1 가스전은 약 2조 원의 부가가치를 가져다 준 것으로 분석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140억 배럴은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경제효과만 1조4000억 달러(약 1900조 원)에 달한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한 것도 아닌데 너무 섣부른 발표로 봤다. 전문가들은 발굴 확률도 20%라는 입장이다.

삼국유사에 ‘경주 일대에서 사흘 동안 불길이 솟았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또한 지질 조사 결과 포항 지역은 신생대 제3기층(석유가 주로 나오는 퇴적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으로 인해 늘 석유 매장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동해바다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수 만 있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발굴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호들갑도 금물이다. 또다시 ‘산유국의 꿈’이 신기루처럼 왔다 가지 않을까 걱정만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