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아카데미>“인간관계는 나를 닦아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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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소울푸드 아카데미>“인간관계는 나를 닦아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9강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수
치매 극복 위한 대화 강조
말 걸고 싶은 어른 되려면
경청·호응할 줄 알아야 해
  • 입력 : 2024. 05.12(일) 18:15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9일 전남일보 지하 승정문화관에서 열린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9강에서 ‘말 걸고 싶은 어른이 되려면’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김양배 기자
제4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의 아홉 번째 강좌가 지난 9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강단에 올라 ‘말 걸고 싶은 어른이 되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박사 학위를 수료하고 현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전문연구위원을 역임 중이며 ‘생애의 발견’,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도 괜찮을까’ 등 36건의 도서를 출간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안소니 파웰, 장 아메리 등 작가들의 말을 차용해 ‘나이 듦’에 대해 정의했다.

김 교수는 “안소니 파웰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처벌을 받는 것과도 같다’라고 했다. 또 장 아메리는 ‘노화는 점점 더 세계를 잃어버리고 자기 몸에 갇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며 “노인은 모든 것이 갖춰진 무인도에 일평생 살아가야 함을 뜻한다. 물질적인 부분이 채워진다고 한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일이다. 강연의 주제를 ‘말 걸고 싶은 어른’이라고 설정한 것도 그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치매를 언급하며 그를 극복하는 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치매 즉 인지장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70% 이상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 치매로 힘들어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극복하기 위해선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운동 같은 외부 활동을 통해 뇌까지 피가 잘 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또 다른 방법은 책을 많이 읽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한 지식습득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만 실물 책을 볼 때 쓰는 뇌와 스마트폰을 볼 때 쓰는 뇌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을 통해 다큐멘터리를 본다고 가정하면 그때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고 인식하지만,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전두엽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전두엽은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읽을땐 우리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며 읽지만, 스마트폰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냥 일방적으로 영상의 흐름을 따라갈 뿐이다”고 덧붙였다.

또 책보다 대화가 뇌를 더욱 많이 쓰는 일이라며 대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말을 추론하게 된다. 특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면 긴장이 생기고 그 의도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며 “시애틀 종단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가장 늦게 능력을 잃는 것이 어휘력이다. 그 다음은 귀납추리력이다. 지각·반응속도 등 신체적 능력은 운동을 통해 최대한 방어한다고 해도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화나 책 읽기를 통해 어휘력, 귀납추리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건강해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미움받는 것보다 더 서글픈 일은 △사람은 누구와 말을 섞고 싶은가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등 네 가지 질문을 던지며 양질의 대화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몸이 건강해도 고독, 외로움을 이겨낼 수 없는 일이며 미움보다 무관심, 멸시가 더욱 참기 힘든 일이다. 또 경청과 호응이야말로 대화의 참된 핵심이고 존중의 방법”이라며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시간이 하루 평균 1분이라고 한다. 부모들이 노력해서 대화를 이끌어 내고 길게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공유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 우호적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는 가족 사이에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계를 맺는 모든 공간에서 적용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논어의 핵심은 ‘수기안인(修己安人)’이다.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고도 하는데 나를 닦음으로써 상대를 편안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인간관계는 항상 위태롭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를 부드럽게 해야 한다. ‘이순(耳順)’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에는 거슬렸던 것이 이제는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