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이어진 외손봉사… "효행 가치 지속되길"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영광군
500년 이어진 외손봉사… "효행 가치 지속되길"
영광수성대장 이응종선생 가문
외후손들 돈 모아 제사 지내
효의식 퇴행 속 보존 가치 커
  • 입력 : 2024. 04.24(수) 16:08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전주 이씨 사매당 가문의 외손봉사 500년을 기리는 기념비 건립식이 지난 23일 오전 고창군 아산면 중월리 전주 최씨 참봉공 산소에서 개최됐다. 사매당가문 외손봉사 기념사업회 제공
전주 이씨 사매당 가문의 외손봉사 500년을 기리는 기념비 건립식이 지난 23일 오전 고창군 아산면 중월리 전주 최씨 참봉공 산소에서 개최됐다. 전주 이씨 가문 외후손들과 영광 유림 등 50여 명이 참여해 선외조의 제사를 모셨다.

24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외손봉사(外孫奉祀)란 직계비속이 없어 외손이 대신 제사를 받드는 걸 말한다.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출신의 사매당(四梅堂) 이응종(李應鍾·1522-1605)은 임진왜란 당시 영광성을 지킨 의병장이다. 그는 고창의 명문가 전주 최씨 화릉참봉 최구연(崔九淵)의 딸과 결혼했는데 후사가 없던 화릉참봉 사후에 외손봉사를 시작했다.

16세기 중엽에 시작된 외손봉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1950년 한국전쟁 중에도 이응종 슬하 자손들이 무려 70리(28㎞)나 떨어진 고창군 아산면까지 다니며 제사를 지냈다.

사매당 가문은 지난해 효행전통을 기념하고 지속하고자 기념사업회(회장 이금환)를 발족했다. 사업회 결성에 뜻을 모은 사매당의 외손들은 물론 방손(傍孫), 지역종친회, 사회지도층 인사 등 160여 명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냈다. 이날 사업회는 이들이 낸 기금 4000여 만원으로 묘비를 세우고, 영광 사매당 종가와 고창 묘소 입구에 외손들의 봉향 사적이 기록된 조형물을 설치했다. 남은 돈은 향후 봉향행사 진행에 쓰일 계획이다.

이금환 기념사업회장은 “500년간 이어진 외손봉사는 타 종중의 귀감이 됐다”며 “조선 후기 적장자(嫡長子) 봉사(奉祀)의 일반화로 제도·풍속이 변하고 오늘날 숭조(崇祖) 전통 퇴색 추세에도 사매당 가문 후손들의 선외조(先外祖)를 향한 추모 열기가 사람들에게 숭조와 보은의 정신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 종가 및 고창 묘소에 새겨진 사적비문을 낭독한 이창헌 기념사업회 간사는 “효도·효행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는 요즘, 외후손들이 외할아버지의 제사를 500년간 계속 지속해 왔다는 점이 전국적으로 이례적”이라며 “유공승 영광 유림 대표께서 내빈 축사에서 ‘귀한 행사인 만큼 무형문화재 형식으로 승화시켜 모든 이들에게 효행의 가치를 고취시켰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전통의례가 사라진 상황 속에서 오래 지속된 외손봉사인 만큼, 문화 당국도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