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윤동현>광주와 대전 공통점과 유사한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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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윤동현>광주와 대전 공통점과 유사한 특성
윤동현 역사청년
  • 입력 : 2023. 12.13(수) 13:16
윤동현 역사청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역사를 사랑하는 청년 윤동현입니다. 저는 29년을 광주에서 살았고 직업 업무상의 이유로 한 달 전 대전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대전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가운데 제가 대전에 와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광주와 대전의 공통점, 유사한 특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저는 제가 존경하는 학자 이어령처럼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자연경관과 행정구역입니다. 자연을 살펴보면 광주의 동쪽에는 ‘광주의 어머니 산’이라고 불리는 무등산이 있고, 대전의 서쪽에는 계룡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는 영산강의 지류인 광주천이 광주의 중앙을 가로지르고, 대전은 금강의 지류인 갑천과 거기서 나오는 유등천, 대전천 물줄기를 따라 지역구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도시 외 행정구역을 살펴보면 대전은 북동쪽에 청주, 북서쪽에 세종, 남서쪽에 계룡, 남동쪽에 옥천이 있습니다. 그리고 광주는 북동쪽에 담양, 북서쪽에 장성, 남서쪽에 나주, 남동쪽에 화순이 있습니다. 두 도시는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각각 붙어있는 근접 도시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구의 중앙밀집을 막고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시행한 지역균형정책의 일환으로 차로 30~40분 거리 내에 갈 수 있는 각각 세종특별시와 나주혁신도시가 있고, 각각 충청메가시티(대전, 청주, 세종, 천안) 그리고 광주전남 행정통합(광주, 무안), 동 권역의 관광정책(광주, 담양, 나주, 목포)이 제안된 바 있습니다. 도시 내 행정구역을 살펴보면 광주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광산구가 있고 대전은 동구, 서구, 중구, 대덕구, 유성구가 있는데 각 지역구의 위치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쉽고 간단하며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둘째부터는 검색만으로는 알기도 어렵고 꽤 흥미로울 것입니다.

 둘째로 생활양식입니다. 먼저 앞에서 살펴본 자연경관 중 산에 대해서 광주 사람들은 무등산이 너무 높고 올라가기 힘드니까 가볍게 올라가거나 야경을 보러 올라가는 산이 있는데 바로 금당산입니다. 마찬가지로 대전 사람들에게도 그런 산이 있습니다. 바로 보문산입니다. 행정구역상 두 도시의 시청이 모두 서구에 있고, 각 도시의 원도심이었던 광주의 충장로(금남로)와 대전의 은행동(또는 중앙로)은 동구에 있었으며 현재 신도심인 광주의 상무지구와 대전의 둔산동(일각에서는 봉명동도 언급되는 것 같습니다.)이 모두 서구에 있습니다. 이 사실에 역사적 시각을 하나 추가하자면, 두 원도심에는 각각 특수한 역사나 역사적인 장소 그리고 그 역사를 지키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광주에는 충장로 옆에 동명동 카페거리가 있고 마찬가지로 대전에는 은행동에서 대전역을 지나면 소제동 카페골목이 있는데, 카페가 밀집된 두 장소에는 비슷한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광주 동명동은 과거 일제시대에 일본 부유층이 살았던 동네였고(그래서 일식 또는 서양식 근대가옥도 있지만 보존은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전 소제동은 과거 일제시대에 철도 관사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로서 대전 은행동 근처에는 ‘테미오래’라고 하는 문화공간이 있고 광주 충장로 근처에는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곳들은 현대적으로 재개발되지 않고 건물과 시설이 잘 보존되어 과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생활양식과 관련한 또 다른 사실은 각 도시의 시민들이 두 도시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에 대해 애증을 느끼고 있는 듯 합니다. 광주 사람들은 패밀리랜드(또는 우치공원)를 다른 도시의 크고 스릴 넘치는 놀이공원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탓에 잘 가지 않으며 보통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가족 단위로 놀러가고는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대전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들어보니 대전 사람들 또한 오월드를 같은 정도로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두 도시의 지방자치정부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현재의 놀이공원을 탈바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도시 모두 기차역이 두 곳이 있는데 대전역과 광주송정역은 KTX와 같은 고속철도가 많이 다니고 서대전역과 광주역은 무궁화나 새마을 같은 일반철도가 많이 다닙니다. 이 점에 대해서 혹자는 대구도 동대구역과 서대구역처럼 두 개가 있지 않냐고 생각할 텐데 대구는 두 역이 서로 연결되어 기차로 다닐 수 있지만 광주와 대전은 두 역이 서로 연결이 안 되어 있습니다.(광주는 광주역과 광주송정역 간 셔틀열차가 있지만 2023년 말 폐지될 예정이고, 이 사실을 떠나서 한 기차가 광주역과 광주송정역 중 한 역에 갔다가 다른 한 역으로 이어서 가는 열차가 없습니다.)

 마지막 셋째로 역사문화입니다. 사실 역사에 관한 것이라면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이나 광주학생항일운동 같은 하나의 거시적 사건들도 있지만, 제가 느꼈던 재밌는 사실은 두 도시 모두 4·19혁명의 단초 또는 불씨가 되었던 사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전은 ‘대전3·8민주의거’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고 광주는 ‘광주3·15의거’(또는 ‘곡(哭) 민주주의 장송 데모‘)라고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도시 모두 각 사건에 대해 이승만의 독재 정치에 대해 항거했다는 내용과 4·19혁명보다 앞서 일어난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전이 해당 사건에 대해 갖고 있는 자부심만큼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공원 같은 장소나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비석을 세우는 등 역사문화 보존 노력이 많은 것에 비해 광주는 다른 큰 역사적 사건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그리고 광주와 대전은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슬프고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광주의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과 대전의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입니다.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인들이 광주에서 화순으로 가던 버스 안에 타고 있던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쏜 사건이고,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은 6·25전쟁 당시 군인들이 민간인 재소자(사상범 또는 정치범들이었다고 합니다.)들을 산골짜기에 끌고 가서 집단 학살한 사건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각 사건이 일어난 위치가 비슷하게 각 도시의 남동쪽의 외곽 지역이라는 것이고, 두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각각 사망자들은 광주에서 화순으로 가던, 광주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며 5·18과 전혀 무관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또한 말그대로 재소자들은 사상적 또는 정치적 혐의만 있었지 어느 분명한 사실과 행동에 의해 사형집행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죽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만 했던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폐쇄된 공간에 갇혀서”, “군인들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이 저는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두 사건 모두 아직 진상규명되지 않았고 다른 큰 사건에 묻힌 채 제대로 된 조사도 실시되지 못한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와 대전은 지리, 생활, 역사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비록 광주에서 29년 동안 살고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는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광주를 다 알지 못하고, 또 대전에서 이제 한달밖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15~20회가 넘는 모임을 갖고 그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경험과 그들로부터 흥미로운 사실을 들으면서 지식과 시야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앞으로 역사 공부를 더 많이 해서 그 다음으로 광주에 큰 면직공장이 있었던 이유와 대전에 밀가루 공장이 많았던 이유를 연관짓고 광주에는 금호고속과 같은 전국구 버스회사가 나타난 것과 관련하여 대전에는 철도 교통의 중심이 된 각각의 역사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저와 같이 광주와 대전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해보며 혹시 모를 두 도시 간의 협력과 상생하는 미래를 꿈꿔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