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정 벼랑 끝 내몰리지 않도록 최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장애가정 벼랑 끝 내몰리지 않도록 최선"
● 나주 발달장애긴급돌봄센터 가보니
보호자 수술 등 긴급시 일시 돌봄
아파트 입소 일반 가정 환경 같아
개소 2개월만 18명 이용 큰 호응
“시범 단계…대상·사유 확대 필요”
  • 입력 : 2023. 08.21(월) 18:11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지난달 9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입소자들이 사회복지사와 함께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제공
지난 16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입소자 이모군이 유덕호 사회복지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돌봄 부담으로 인한 발달장애 가정의 극단 선택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난 4월 발달장애 긴급돌봄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최근 개소한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는 벌써 성공적인 돌봄 사례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끈다. 다만 관계자들은 제한적인 이용 대상과 사유를 확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사)전남농아인협회 나주시지회가 나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는 빛가람동 한 아파트 내 설립돼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따란 거실과 TV, 소파 등 단란한 가정집의 풍경이 펼쳐졌다. 센터장 및 직원들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니 그 옆에 선 입소자 이모(14)군도 “안녕하세요”라며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이군은 학교 방학이 시작된 후 부모가 돌봄에 심리적 부담을 느껴 지난 10일 센터에 왔다. 이군이 잠시 센터에 머무는 동안 심리·체력적으로 소진된 보호자는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

강길엽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장은 “며칠 간이라도 센터를 이용해 보호자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센터의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서 강길엽 센터장이 냉장고에 붙은 입소자들의 그림과 각종 규칙을 담은 서류들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돌봄기관의 경우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시설’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지만, 이날 둘러본 센터는 그저 잘 정돈된 ‘가정집’과 다를 바 없었다.

침대와 책장 등으로 꾸며진 개인 방, 예쁜 식기류가 가득 찬 주방, 청결한 화장실, 무더운 바깥 날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쾌적한 공기 등이 그랬다.

특히 냉장고에 자랑하듯 붙어있는 입소자들의 형형색색 그림들은 센터 직원들이 입소자 한명 한명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줬다.

강 센터장은 “처음에는 ‘시설’인 줄 알고 이용을 꺼리던 보호자들도 직접 방문하면 ‘깨끗하다’며 안심하신다. 단순 보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도 요일, 시간별로 짜여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군 역시 방과 거실 등 숙소를 탐방하듯 돌아다니고,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인근 ‘연꽃 명소’를 방문하는 외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기에, 그 전에 자유 시간을 보내며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사회복지사가 그 옆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다.

유덕호 사회복지사는 “갑자기 주변 사람을 꼬집고, 커튼 줄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항상 주시하고 있다”며 “이렇게 입소 기간 내내 옆에 딱 붙어 생활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어 이용자들이 퇴소할 때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직원들이 주방에 조성된 사무실서 프로그램 기획 등 업무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지난 6월 개소 후 이곳을 거쳐 간 이용자는 벌써 18명에 이른다. 유일한 가족인 조모가 건강이 악화하면서 입소한 이모(17)군, 극단 선택을 하려던 보호자로부터 잠시 분리됐던 박모(24)씨 등 사연도 다양하다.

센터는 만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에 1회 입소 시 7일 이내(연 최대 30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숙소는 여성 4명, 남성 4명 등 총 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용 사유는 보호자 치료, 입원, 경조사, 신체적 심리적 소진 등이다. 위생 및 식사 등 일상생활 지원을 비롯, 사회 적응을 위한 야외 체험, 미술·요리 등 여가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다만 아직 ‘시범 운영’ 단계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센터 관계자들은 지원 대상 및 이용 사유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최대 문제로 꼽았다.

강 센터장은 “출장을 가는 경우는 생계를 위한 일임에도 이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한 분은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해 20~30년 동안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며 이용을 원했는데. ‘심리적 소진’의 경우 이용 사유가 되지만 ‘우울증’ 등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하므로 이용할 수 없었다”며 “대상이 ‘발달장애’로 한정돼 다른 유형의 장애인분들이 입소를 요청해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용 대상과 사유를 더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 최대 30일 이용이 가능함에도, ‘1회 입소 당 7일 이내’로 제한을 걸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원에 대한 보호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 센터장은 “보호자가 7일 이상 장기 입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1회 입소 시 7일만 머무를 수 있어 7일째에 퇴소 후 하루 이틀간 다른 곳에 머물다 다시 입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야간 돌봄 시 혼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이용자로부터 폭행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