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입소자들이 사회복지사와 함께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다.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제공 |
지난 16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입소자 이모군이 유덕호 사회복지사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그중 최근 개소한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는 벌써 성공적인 돌봄 사례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끈다. 다만 관계자들은 제한적인 이용 대상과 사유를 확대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사)전남농아인협회 나주시지회가 나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는 빛가람동 한 아파트 내 설립돼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널따란 거실과 TV, 소파 등 단란한 가정집의 풍경이 펼쳐졌다. 센터장 및 직원들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니 그 옆에 선 입소자 이모(14)군도 “안녕하세요”라며 수줍은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자폐를 앓고 있는 이군은 학교 방학이 시작된 후 부모가 돌봄에 심리적 부담을 느껴 지난 10일 센터에 왔다. 이군이 잠시 센터에 머무는 동안 심리·체력적으로 소진된 보호자는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
강길엽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장은 “며칠 간이라도 센터를 이용해 보호자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센터의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서 강길엽 센터장이 냉장고에 붙은 입소자들의 그림과 각종 규칙을 담은 서류들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침대와 책장 등으로 꾸며진 개인 방, 예쁜 식기류가 가득 찬 주방, 청결한 화장실, 무더운 바깥 날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쾌적한 공기 등이 그랬다.
특히 냉장고에 자랑하듯 붙어있는 입소자들의 형형색색 그림들은 센터 직원들이 입소자 한명 한명을 얼마나 아끼는지 보여줬다.
강 센터장은 “처음에는 ‘시설’인 줄 알고 이용을 꺼리던 보호자들도 직접 방문하면 ‘깨끗하다’며 안심하신다. 단순 보호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도 요일, 시간별로 짜여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군 역시 방과 거실 등 숙소를 탐방하듯 돌아다니고,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인근 ‘연꽃 명소’를 방문하는 외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기에, 그 전에 자유 시간을 보내며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물론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사회복지사가 그 옆에서 계속 주시하고 있다.
유덕호 사회복지사는 “갑자기 주변 사람을 꼬집고, 커튼 줄을 잡아당기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항상 주시하고 있다”며 “이렇게 입소 기간 내내 옆에 딱 붙어 생활하다 보니 정이 많이 들어 이용자들이 퇴소할 때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나주 발달장애 긴급돌봄센터 직원들이 주방에 조성된 사무실서 프로그램 기획 등 업무를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센터는 만 6세 이상 65세 미만 등록 발달장애인에 1회 입소 시 7일 이내(연 최대 30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숙소는 여성 4명, 남성 4명 등 총 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용 사유는 보호자 치료, 입원, 경조사, 신체적 심리적 소진 등이다. 위생 및 식사 등 일상생활 지원을 비롯, 사회 적응을 위한 야외 체험, 미술·요리 등 여가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다만 아직 ‘시범 운영’ 단계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센터 관계자들은 지원 대상 및 이용 사유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최대 문제로 꼽았다.
강 센터장은 “출장을 가는 경우는 생계를 위한 일임에도 이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한 분은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해 20~30년 동안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며 이용을 원했는데. ‘심리적 소진’의 경우 이용 사유가 되지만 ‘우울증’ 등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 하므로 이용할 수 없었다”며 “대상이 ‘발달장애’로 한정돼 다른 유형의 장애인분들이 입소를 요청해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용 대상과 사유를 더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 최대 30일 이용이 가능함에도, ‘1회 입소 당 7일 이내’로 제한을 걸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직원에 대한 보호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 센터장은 “보호자가 7일 이상 장기 입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1회 입소 시 7일만 머무를 수 있어 7일째에 퇴소 후 하루 이틀간 다른 곳에 머물다 다시 입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야간 돌봄 시 혼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이용자로부터 폭행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