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거북선’의 굴욕… 관광객 외면에 육지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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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전남 거북선’의 굴욕… 관광객 외면에 육지 방치
이순신 관광자원화 위해 건조·운행
진도군 ‘예산 미편성’ 땜질식 유지
전남개발공사 46억 투입 불구 적자
여수 재개관… 콘텐츠 다변화 필요
  • 입력 : 2023. 07.04(화) 18:18
  •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
충무공 이순신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진도 판옥선, 해남 거북선, 여수 거북선의 모습(왼쪽부터). 진도 판옥선과 해남 거북선은 해상 운행을 종료하고, 육상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여수 거북선은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과 함께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거북선이 관리 부실과 관광객들의 외면 탓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3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이순신의 거북선(판옥선)은 진도·해남·여수에 1척씩 총 3척이 있다. 거북선은 전남에 주둔한 이순신 장군의 주요 업적을 기리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기 위해 만들어졌다.

진도와 해남의 거북선은 모두 조선 수군의 배를 모델로 만든 목조배로, 해상 운행을 위해선 정기적인 관리와 시설정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적자폭이 불어나 현재는 해상 운행을 멈추고 육상에서 전시용으로만 운행되고 있다.

‘명량대첩’의 현장인 진도군 울돌목에 있는 판옥선(조선 수군의 주력선)은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관리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있다. 진도군은 현재 판옥선 관련 정기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비상시에만 부분적으로 유지·보수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진도 판옥선은 76톤, 18미터 규모의 선박으로 지난 2010년 사업비 9억원을 들여 만들어졌다. 명량대첩의 현장을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유람선의 역할을 했던 판옥선은 건조 후 5년 만에 바다에서 육지로 옮겨졌다. 관광객들의 발길은 줄었는데, 선박으로 운항하기 위한 선장 등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는 갈수록 올라서다.

해남 우수영에 위치한 거북선도 ‘찬밥 신세’다. 지난 2008년 전남개발공사가 4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거북선은 2017년까지 해상 운행을 했지만 3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운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전남개발공사는 결국 해상 운행을 종료했다. 공사는 2019년 해남군의 거북선 활성화 계획에 따라 무상으로 양여했으나 현재는 다시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진도와 해남의 거북선이 활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수시에 육상 전시용으로 만든 거북선은 상황이 조금 낫다. 여수 거북선은 지난 2019년 계단이 무너져 5명이 다치는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3년 간 운영이 중단됐으나 내부 선체를 보수하고 오는 8일 재개관한다.

박종찬 광주대 호텔관광경영학부 교수는 “전남에 흩어진 3척의 거북선에 대한 지자체의 선택과 집중이 면밀히 요구된다”며 “계속 운영을 통해서 관광자원을 유지하려면 목재시설 특성상 유지보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던지, 아니면 세 곳의 콘텐츠들을 연계시키는 방향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