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광주 남구 효천역에서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남구 ‘통일효도열차’를 탑승하기 전 시민 360여명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 제공 |
광주 남구 통일열차가 지역민들의 통일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싣고 최북단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난생처음 북한 땅을 눈앞에 마주한 광주시민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한 마음으로 소망했다.
1일 이른 아침,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360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은 효천역으로 서둘러 모여들었다. 광주 남구에서 운행하는 ‘통일효도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다.
통일효도열차는 효천역에서 남녘땅 최북단역인 도라산역을 오가며, 제3땅굴·도라산전망대·통일촌 등 DMZ견학 기회도 제공한다.
출발 전 커다란 한반도기와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마친 이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열차에 몸을 실었다. 6시간 가량의 장시간 이동에도 열차에서 펼쳐지는 레크레이션과 국악 공연 등을 즐기며 시민들은 무료할 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낮 12시30분께 오전 내내 쉼 없이 달린 기차가 최북단 도라산역에 멈춰 서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시민들은 ‘여기가 북한 땅이야?’, ‘내가 DMZ를 오다니’라며 감탄했다.
이들은 첫 번째 코스로 판문점 남방 4㎞ 지점 DMZ 안에 위치한 제3땅굴을 방문했다. 제3땅굴은 1635m에 이르는 대규모의 병력 이동이 가능한 곳으로, 안전상 관광객에겐 265m만 개방하고 있다.
시민들은 헬멧 등 보호장구를 쓰고 망설임 없이 북한과 이어진 땅굴 안으로 들어섰다. 약 15분을 걸어 북한으로부터 침입을 막기 위한 3개의 콘트리트 차단벽 중 첫 번째 콘크리트를 마주한 이들은 분단의 안타까움에 벽을 한참 쓰다듬었다. 한 시민은 “이 벽이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도라산역 전망대로 이동해 북한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개성의 풍경을 직접 눈 앞에 마주했다. 해설사가 개성공단, 판문점, 송악산 등의 위치를 설명하자 시민들은 탄성을 터뜨리며 그곳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개를 치켜드는 모습이었다.
망원경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던 강금순(70)씨는 “통일을 늘 바라지만, 되지 않고 있기에 여기서라도 북한을 보고 싶어 왔다. 이렇게 북한을 가까이서 보니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히 든다”고 말했다.
시민 조창수(62)씨는 “도라산 전망대에서 ‘빨리 통일이 돼라’고 소원을 빌었다. 개성공단이 빨리 재개된다면 통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다”며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등 당장 통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일지 몰라도, 그렇기에 더욱 한반도의 통일이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1일 오전 효천역에서 도라산역까지 향하는 광주 남구 통일효도열차에 탑승한 시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협회 제공 |
김씨는 “70년 전 동생 3명을 두고 개성을 떠나온 후 단 한번도 (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살아있는 동안 고향 땅 한번 밟아보고, 우리 동생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만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와 함께 온 아들 김재현(62)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틈만 나면 고향 개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직도 달력에 살던 동네의 지도를 그리시는 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며 “통일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산가족 대부분이 아버지와 같은 고령인 점을 생각하면, 남은 시간만이라도 서로 얼굴을 보고 왕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시민들과 하루 동안 일정을 함께한 김병내 남구청장은 “오늘은 도라산역이지만 다음에는 개성역까지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여러 뉴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순간이다. 오늘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이면 반드시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는 올해 하반기에도 통일효도열차를 두 차례 운행한다. 모집 인원 및 출발 일정은 오는 8월에 확정할 예정이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