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광주 북구 영락공원 제2추모관에서 장애노동자 고 김재순씨 3주기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추모객들이 재순씨가 안치된 납골당을 바라보고 있다. 강주비 기자 |
22일 오전 광주 북구 영락공원 제2추모관 6제례실에서 열린 장애노동자 고 김재순씨 3주기 추모제에서 아버지 김선양씨가 절을 하고 있다. 전해연 인턴기자 |
22일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장애노동자 고 김재순씨의 사망 3주기였다. 김씨를 향한 지역 사회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단체는 청년·장애인 노동 환경 개선에 더욱 힘쓸 것을 다짐했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영락공원 제2추모관 6제례실. 고 김씨의 추모제가 열렸다. 지적장애가 있던 26살 청년 김씨는 지난 2020년 광주 한 재활용처리업체에서 일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고위험 작업임에도 파쇄기 덮개·비상 리모컨 등 안전장치 하나 없었으며, 2인1조 원칙에도 불구 혼자 근무하다 벌어진 ‘인재’였다. 당시 사업주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제례실 앞은 추모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순씨를 애도하기 위한 추모객들로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김씨의 아버지 김선양씨는 애써 덤덤한 얼굴로 끊임없이 들어서는 추모객들을 한명 한명 정성스레 맞이했다.
긴 기다림 끝에 활짝 웃고 있는 김씨의 영정사진 앞에 마주 선 추모객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져만 갔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 추모객들은 술을 올리고 절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어떤 이는 묵념을 한 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눈시울을 붉히는 이도 있었다. 추모식 내내 하늘에선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금속노조),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노안지킴이) 등 노동·시민 단체 회원 4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제례가 끝난 후 김씨가 안치돼 있는 납골당 33실에 모였다. 김씨의 위패에는 그의 사진과 ‘재순아! 고통 없는 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 편히 쉬길 기원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를 본 추모객들은 오랜 시간 침묵했다.
잠시 뒤 감정을 추스른 추모객들은 저마다 김씨를 향한 추모의 말을 올렸다. 김씨와 같은 청년·장애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였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김씨는 노동조합이 조직화돼 있지 않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에 금속노조가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투쟁했던 사례다. 그 결과 사업주가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를 받았다”며 “김씨의 사건은 노동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넓히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양형 기준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앞으로도 재순씨를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씨 역시 또 다른 김씨가 없도록 지역 사회 노동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광주전남운동본부 결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중대재해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최근 경기·세종충남·부산본부가 만들어지는 등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김씨는 “벌써 3주기다. 여전히 재순이를 지켜주지 못했음에 큰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사건 이후) 재순이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청년 노동자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노안지킴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오는 12월 정식 출범식도 가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광주·전남도 운동본부를 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안지킴이는 출범식 이후 각 지역 노동시민단체에 (운동본부 설립을 위한) 제안서를 돌릴 계획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같은 날 오후 6시 서울 국회의사당역 농성장에서 고 김재순씨 3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이들은 추모제에서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지원특별법 제정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 △장애인의무고용률 향상 △장애인 고용부담금 및 고용장려금 전면 개혁 등을 요구했다.
강주비 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