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꽃 특수도 옛말”… 화훼농가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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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꽃 특수도 옛말”… 화훼농가 ‘찬바람’
유류비·인건비 상승 불구 꽃값 하락
꽃 수요도 줄어… 실용적 선물 대체
중국산 등 저가 유입, 화훼시장 혼란
“정부·지자체 차원 농가 지원책 필요”
  • 입력 : 2023. 05.18(목) 16:42
  •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
18일 나주시 남평면 화훼단지 내 화훼농원에서 한 시민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후 첫 가정의 달이라 기대한 마음도 컸죠. 그만큼 실망도, 상심도 큽니다. 대목이라는 말도 예전 말이지 이제는 특수라고 할 것도 없어요.”

전남 화훼농가가 어버이날, 스승의 날, 로즈데이 등 ‘5월 가정의 달’ 성수기에도 불구, 꽃 판매 부진으로 시름에 빠졌다.

18일 오전 찾은 나주시 남평면 화훼단지. 이 곳에서 화훼농원을 운영 중인 정모(42)씨는 농원 안에 잔뜩 놓인 카네이션 화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원래 이쯤이면 판매가 늘어야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대목은 아닌 것 같다”며 “올해는 특히 중국산 카네이션 수입량이 상당히 늘어 상대적으로 단가가 센 국내산 카네이션 수요가 줄어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꽃다발에 들어가는 자재비나 각종 비용 상승으로 소비자들은 꽃값이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카네이션의 경우 지난해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며 “화훼단지의 경우 일반 꽃집보다도 가격이 낮게 형성돼 5월 초부터 손님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올해는 주말에나 조금 바쁘다 싶고, 평소에는 한가한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카네이션 경매액은 1억1998만원으로 지난해 1억6138만원에 비해 약 26% 감소했다. 올해 전체 생산량은 약 2만단으로,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지만 거래 금액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꽃값은 떨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게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 이후에도 유통과정에서의 유류비·전기세, 화분, 상자 등은 물론 자재 비용과 인건비까지 늘어나 소비자들이 가격하락을 체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정의 달 선물로 꽃 대신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 위주로 대체하는 추세다.

결국 화훼업계는 물가 상승에 더해 소비 침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강진군에서 화훼농가를 운영 중인 최모(57)씨는 “값싼 중국산·베트남산 수입 카네이션이 판을 치는데 연료비와 화분·상자 같은 자재 비용은 계속 올라 꽃값을 낮출 수도 없다”며 “온도에 예민한 꽃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비닐하우스 등 실내 온도를 영상 18~20℃로 유지해야 해 난방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겨울 치솟았던 유류비와 자재비 등 생산 비용의 상승이 화훼농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높아진 인건비와 줄어든 수요도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광주원예농협 관계자는 “화훼농가의 어려움은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농협에서도 지역 화훼농가들을 돕기 위해 세부적인 정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며 “소비촉진 캠페인과 지역 화훼 홍보사업 등 화훼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화훼 농가를 위한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