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 |
경주 남산의 신선암 마애불을 찾아가는 초행길이다
칠불암에도 아직 이른 시각인지 목탁소리가 없다
바윗돌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르며 얼마쯤 왔을까나
숨이 좀 차는 가 싶을 때 동쪽 하늘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고
시야가 트이는 곳에 큰 바위 몇 개
그 밑에서 뭔가의 움직임이 있어 보니 놀랍게도 사람들이었다
그 이른 시각에 두 여인네가 먼저 와 자리하고 있었던 것
운이 좋았던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다
동해에서 떠 오르는 아침 해의 첫 햇살이 마애불에 닿는 순간
우주의 기운이 온 천지로 퍼져 나가는 듯 했다
꽃을 들고 구름 위에 앉아있는 듯한 모습에 그저 황홀할 뿐
저절로 경건해지고 또 경건해 진다
근처에 있었다는 암자는 사라지고 없지만
이 마애보살반가상은 천 년을 훌쩍 넘겨 오늘도 명상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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