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 봇재를 넘는다. 봇재는 보성읍에서 회천면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봇재 주변이 온통 차밭이다. 차밭 이랑이 산비탈을 따라 층계를 이루고 있다. 판소리의 높낮이 같다. 차밭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율포다. 호수처럼 잔잔한 득량만이 보듬고 있는 해변이다. 은빛 모래와 해송이 조각작품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율포에서 방향을 장흥 쪽으로 잡는다. 길은 회천수산물위판장을 거쳐 명교마을로 이어진다. 이순신 조선수군 재건로다. 이순신 장군이 1597년 8월 17일 지난 길이다. 백의종군하다가 삼도수군통제사 임명장을 다시...
2023.10.05 14:58알타이 산맥은 몽골과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고지대의 오지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의 하나로 일컬을 정도로 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 한민족 원류 중의 하나인 ‘부여족’의 뿌리가 이곳이라는 것이 여러 설화나 민속 등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도 그 가능성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타이’라는 말이 ‘황금(金)’이라는 뜻인데, ‘신라’의 지배층이었던 경주 ‘김(金)’씨가 이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천마총 발굴...
2023.10.05 12:43: 자유시 참변 이후 홍범도 장군 (하) 1. 한인들의 자유시 참변 규탄 1921년 12월 이르쿠츠크에서 한인 파르티잔 공동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위원장은 최진동, 위원은 한인 파르티잔 부대 총사령관인 홍범도, 총사령부 채영과 이병채 참모장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한국, 만주,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파르티잔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들이었다. 김동한에게는 러시아공산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할 권한이 부여했다. 그는 ‘아무르 지역에서 한인 파르티잔 처형에 대해’, 그리고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 혁명군사위...
2023.10.05 12:44중국 청해성 일대의 채도무분(彩陶舞盆)과 마가요에 강강술래 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난 2016년 본 칼럼을 시작하며 일곱 번째 회차에 이 얘기를 소개하였다. 세계문화사를 통틀어 댕기 머리와 치마를 입고, 손에 손을 잡고 원무(圓舞, 輪舞)하는 모습이 흔하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그릇 안쪽의 춤추는 무희들은 각각 5인조, 9인조, 11인조 등으로 나타난다. 대칭을 이루고 있다. 댕기 머리와 휘날리는 치마(일부 중국학자들은 이것을 성기로 본다). 그릇 안쪽으로 그어진 테두리까지 물을 한번 담아보자. 출렁이는 그릇 안으로 물에 비친...
2023.10.05 12:41연하(烟霞)가 난몰(難沒)하는 옛 인연의 터에/ 중 살림할 만큼 몇 칸 집을 지었네/못을 파서 달이 비치게 하고/ 간짓대 이어 백운천(白雲泉)을 얻었으며/ 다시 좋은향과 약을 캐나니/ 때로 원기(圓機)로써 묘련(妙蓮)을 펴며 /눈 앞을 가린 꽃가지를 잘라버리니/ 좋은 산이 석양 노을에 저리도 많은 것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지은 시다. 내 심중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꺼내 노래하는 시이기도 하다. 나 또한 무안군 삼향읍 초의의 생가터 아래, 책 몇 권 보관할 만한집을 지어 사는 인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지암을 아...
2023.09.21 15:531.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의 무장해제 거부 카란다리쉬빌리가 아무르 지역에 도착했을 때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의 절반은 스보보드니에 위치하고 있었고 3개 대대(1,500명)를 포함한 나머지 절반은 스보보드니에서 75마일 떨어진 마자노보 마을에 있었다. 고려혁명군사협의회는 블라고베셴스크에 있던 사할린 부대장 그리고리예프와 지휘관 김 이노켄티를 체포한 후 그들 부대를 자체적으로 극동공화국 인민혁명군에 종속시키고 스보보드니 시로 완전히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사할린 파르티잔 부대 총회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첫째, ...
2023.09.21 12:36광주를 소재로 하는 대표적인 융합예술 작품으로 오페라 과 더불어 이 지역 작곡가 김선철의 을 이야기할 수 있다. 1999년 빛소리오페라단의 창단 공연 작품으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2002년에는 서울 국립극장에 올려지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강숙자 오페라 라인에서 재공연이 이뤄지는 등 우수한 작품의 생존력을 여실히 보여주며 다양한 형태로 시대에 맞춰 발전해 오고 있다. 우리는 5·18을 소재로 하는 뮤지컬, 연극 등 각종 공연 예술 작품들을 접한다. 또한 수많은 창작 공연물이 무대에 올...
2023.09.21 10:04운주사, 적벽, 고인돌유적, 세량지, 백아산, 너릿재…. 화순엔 가볼만한 데가 많다. 발품을 팔아 찾아봐야 할 역사문화 유산도 지천이다. 정암 조광조와 민주열사 이한열을 만날 수 있는 마을도 있다. 화순군 능주면 남정리다. 조광조(1482∼1519)는 개혁을 부르짖은 사상가였고, 정치가였다. 그는 유교를 근본으로 한 왕도정치를 주창했다. 도교를 추앙하던 훈구파를 공격한 이유다. 중종반정으로 공신 반열에 오른 103명 가운데 78명의 공적을 삭제했다. 도교 주관 제사인 소격서도 없앴다. 학덕과 소양을 판단하는 현량과를 도입, 새로...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3.09.14 14:23: 자유시 참변의 발단 (상)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의 하나인 자유시 참변을 두고 역사적 이념논쟁을 시작했다. 그 핵심에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의 연관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그에 대한 러시아 기록은 없다. 또한 소련이라는 국가 체제가 구성되어 거기에 생존하고 사망한 영웅이고, 남북한이 성립하기도 전에 살았던 사람을 윤석열 정부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을 언급하면서 문제 삼고 있는데, 그것도 연구자가 보면 정말 황당하고 천박하며 무지해 보인다. ...
2023.09.14 12:45지난 4월 14일 본 지면을 통해 내가 왜 갱번에 주목했는가를 소개했다(남도인문학 342). 오늘은 갱번이라는 호명의 출처에 대해 을 인용해 살펴본다. 접두어나 활용형을 다 살필 수 없으므로 일부만 추린다. 물론 이외의 용례도 방대하다. 따옴표를 일일이 붙일 수 없으므로 전부 생략한다는 점 이해 바란다. 구례군 용방면 신지리를 갱변들, 갱변똠, 선월이라고 한다. 곡성군 현정리에는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곡성군 농소리에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곡성군 율사리에 갱변들, 갱변보가 있다. 구례군 죽마리에 진등 갱변이 있다. 모두 내륙의...
2023.09.14 12:35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순례자들의 순례가 시작된다. 순례자들 사이에 끼어서 첫 번째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광활하게 펼쳐진 황무지 너머 멀리 만년설의 고봉 ‘구르라 만하타(Gurla Mandhata 7728m)’가 웅대한 자태를 뽐내고, 그 밑에 ‘마나사로바’ 호수가 검푸른 바다색으로 가물거리고 있다. 이렇게 수미산을 걸어 도는 것을 ‘코라’ 또는 ‘파리카라마’라 하는데, 보통 시계 방향으로 시작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도는 무리들도 있다. 이곳 순례자들은 대부분 멀리서부터 걸어온...
2023.09.14 12:18지난 8월 20일에 종료 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최 된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 ‘에드워드 호퍼-길 위에서(Edward Hopper: From City to Coast)’ 전시회는 초기부터 말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회화·드로잉·판화·수채화 160여점과 아카이브 등 총 270여점을 선보이며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큰 틀에서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 성격을 띄고 있었다. 전시 기간 중 매회 많은 관람객들의 방문으로 매진 사례를 이끌며 에드워드 호퍼의 인기를 실감 한 올해의 전시로 기억된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2023.09.10 14:12“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열두 구비/ 마지막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탄식의 고개/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오는 고개” 비애와 수심에 가득 찬 아리랑 한 대목, 님웨일즈가 김산의 구술을 받아 쓴 책 『아리랑』에서 몇 구절 가져왔다. 만주로 중앙아시아로 뿔뿔이 흩어져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이 마지막 넘었던 고개다. 일본으로 미국으로 산산이 흩어져 넘어야 했던 또 다른 문경 고개다. 떡 바구니를 인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팔다리를 떼어주고 목숨까지 바치며 넘어야 했던 스무고개다. 아리랑 노래의 ...
2023.09.07 14:35종합예술인 오페라는 시대를 투영하는 가장 장대한 예술 프로젝트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집트 수에즈 운하 개통 기념으로 만들어진 베르디의 가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못지않게 근래에 지역의 정신을 담는 대표적인 오페라를 만들려는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대전이라는 도시 브랜드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진 , 제주 4·3 사건을 다룬 ,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인 윤심덕의 이야기를 다룬 영남 오페라단의 , 전주 호남 오페라단의 와 정읍의 동학 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등이 있다.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
2023.09.07 09:23이진은 그리 알려진 마을이 아니다. 독특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유산도 없다. 큰 도로의 나들목이나 교차로가 지나는 곳도 아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마을이다. ‘알토란’ 같다. 일본에 맞선, 항일의 ‘대표주자’로 불릴만한 곳이다. 역사도 깊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도 들렀다. 1597년 8월 20일(양력 9월 30일), 회령포에서 배를 타고 울돌목으로 가는 길이었다. 뱃속이 요동을 치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다. 구역질과 구토가 계속됐다.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날마다 강행...
2023.08.31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