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리튀르(ecriture)란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에크리튀르란 프랑스 언어학자 롤랑바르트가 만든 개념인데,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었어요. 그런데, 경호(가명)란 초등학생을 생각하며 막연히 이해됐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그 깨달음을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서 나온 에피소드입니다. 글쓴이는 학생들과 파리로 체험학습을 갔습니다. 박물관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 지정된 장소(지하철역)를 돌아다닙니다. 무려 열 한곳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돌아온 대답은 “더 이상 서비스를 ...
2024.05.19 18:18바야흐로 개인 미디어 시대다. SNS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망에서 최강자는 소비자 개인이다.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의 일상 중 최고의 인생샷을 올리며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제시하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욕망하고 산다. 한편으로 이 절대권력을 등에 업고 수십 만 팔로워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거나 관종의 진화, 관음증과 사이코패스가 난무하는 환경이라면 소셜 포비아, 곧 SNS 포비아 층이 생겨남도 마땅한 현실이다. 젊은 감독이 쓴 시나리오 ‘그녀가 죽었다’에는 ‘소셜 미디어의 스릴러’라는 소재의 참신함 뒤안에 마땅히 영화가 사...
2024.05.19 17:52대한민국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이며 우리 가정의 보배이자 기쁨이라고 우리는 항상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그리고 평등하게 자라며 꿈을 펼쳐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의무이자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약속이다. 최근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인구 4000만명 이상인 37개국 중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 대한민국이 11.2%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인 어린이의 비율이 지속해서 줄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아주 심각한 상황에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
2024.05.16 17:44마당을 쓴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고서는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이다. 대빗자루 끝이 흙을 파고들어 그림 아닌 그림이 그려질 만큼 온 힘을 다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당을 쓴다기보다는 미세하게나마 흙을 뒤엎어 윤기 나게 가꾼다고나 할까. 생전의 할아버지께서도 습관처럼 마당을 쓸곤 하셨다. 그 덕분에 우리 형제들은 그 어느 곳에서보다 마당에서 뛰어놀 때가 좋았다. 땅따먹기나 공기놀이를 할 때마다 손에 닿던 그 보드라운 흙의 감촉이란…. 집주인이 되어 십여 년이 넘는 동안 뜰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흙 마당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했...
2024.05.16 17:44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는 어떤 중앙 화폐도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오로지 미국의 패권에서 나온다. 과거 금 본위제에서는 달러당 그만큼의 금을 보유함으로써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1972년 금 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지금은 그저 미국의 세계 지배력에만 달러의 가치를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독재’는 계속되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 ‘양털깎기’는 달러독재에서 비롯된다. 양적 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어느 순간 미 연준은 금리를 올려서 양적 긴축을 단행한다. 이때 고금리를 좇는 자본이 ...
2024.05.16 09:14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상재해와 싸우고 있는 농민들의 생활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기후변화가 심한 농촌에서는 올해도 농산물의 생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번하게 내리는 비로 인해 일조량이 부족하다 보니 과일의 착과가 예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하우스 밤호박의 경우에도 성장이 느려 개화 시기가 뒤쳐지고 있다. 특히 딸기는 풍부한 일조량이 필요한데 계속되는 비로 당도가 약하고 쉽게 물러져서 상품가치가 없어 출하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도 농민들은 농사가 천직이라는 사명으로 오늘도 자연재해를 극복...
2024.05.15 22:08지난 4월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프랑스 니오르(Niort)에 위치한 쉬제 생물학 연구 센터(Centre of Biological Studies Chize, CEBC)에서는 코끼리물범 및 웨델물범 심포지엄(Elephant and Weddell Seals Symposium)이 열렸다. 본 심포지엄의 부제는 ‘남극해 해양 및 생태 관측 연구 20주년(20 years of observation of the Southern Ocean oceanographic observation and ecological studies)’으로 남극해에...
2024.05.15 22:08지난 4월 정부는 지방소멸 대응 방안으로 ‘세컨드 홈’ 정책을 발표했다. 세컨드 홈 정책은 수도권 등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감소 지역에 있는 공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인구감소가 지속되는 소멸 예정 지역에 도시민의 유입을 높여 인구 소멸 완충 역할을 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생활·방문 인구를 늘려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좋지만 현장의 반응은 사실 기대감보다 우려가 크다. 인구감소 ...
2024.05.15 22:08최근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하고 막을 내린 드라마가 하나 있다. 모 민영방송의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바로 그것이다.‘세기의 결혼, 세기의 전쟁’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과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 3년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이야기가 그 줄거리다. 어떻게 보면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자 뻔한 스토리로 치부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백현우와 홍해인의 결혼과 이혼,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평소에 ...
2024.05.13 18:26시중에서 ‘금 사과’라 할 만큼 사과 가격이 폭등했다. 지난해 사과농사가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것이 기상이변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가 농작물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고통은 우리만의 현실이 아니다.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이웃 동남아시아 지역,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
2024.05.13 18:16“5월경 아까시 나무에 꽃이 피면 산불이 끝난다”라는 속설이 있다. 5월은 나무들이 물을 머금어 수분 함유량이 많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이기에 산불이 나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겠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연중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 정설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산불 관련 키워드를 보면 “연중 발생, 동시다발, 대형산불” 등으로 이제는 우리의 생활 속에 일반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대기가 건조한 봄철과 가을철에 주로 발생한다. 봄철 ...
2024.05.13 18:16올해 6학년 아이가 수학여행 갈 때 입는다고 아디다스 저지를 사달라고 했다. 저지(jersey)는 땀을 쉽게 밖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천으로 만든 운동복이다. “이걸 입고 수학여행 간다고?” 이해가 안 되어서 딸에게 다시 물었다. “응, 우리 반 애들 다 입었는걸.” 어쩔 수 없이 사서 밖으로 나왔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패션이 그때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다녔다. “그것 봐 내가 뭐라 했어. 다 입었지?” 아이는 스스로 만족하며 승리에 찬 모습을 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
2024.05.12 18:25‘액션도 터지고, 사랑도 터지고, 웃음도 터진다’는 영화 ‘스턴트맨’은 1981~1986년까지 ABC에서 방송된 TV 드라마 ‘더 폴 가이(The Fall Guy; 글렌 A. 라슨 작)’가 원작이다. 우리나라에 방영되었을 적에 원제목 대신 ‘스턴트맨’이라 붙였던 타이틀이 이번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영화 스토리에는 영국의 극작가 톰 스토파드가 즐겨 사용하던 ‘액자 형식’의 ‘극 중극’ 서사방식을 적용, ‘영화 속의 영화’로 응용하였다. 톰 스토파드와 다르게 영화 속의 영화에 감독과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의식과 제작환경을 있는 그대...
2024.05.12 17:14가상화폐 시장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홍콩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에 비해서 약 100분의 1에 불과한 거래총액을 기록해서 아직은 중국 거대 자본의 유입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도 지난 2~3월 보여준 속도감 있는 자본유입이 주춤하고 오히려 최근에는 순 유출이 일어남으로써 가상화폐 가격하락에 가속도를 붙여주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증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래 가상화폐 시장의 방향은 비트코인 ETF로의 자금이 순 유출이냐 순 유입...
2024.05.09 09:45한때는 자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꽃봉오리였을 노인들의 부음이 연이어졌다. 한 달 새에 다섯 분의 조문을 다녀왔다. 꽃 피는 계절에 생명이라는 꽃이 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롭다. 다시는 같이 밥을 먹을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손자 손녀를 안아볼 수도 없는 영원한 작별이 내게도 기어코 올 것임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단명했다거나,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다거나, 병치레로 힘든 노후를 보내다 임종했다는 고인의 초상집에서는 마음이 더욱 애잔하고 무겁다. 칙칙한 마음을 지우고 싶어 봄 향기 머금은 샛노란 프리지아 꽃 한 다발을 사서 안고 ...
2024.05.08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