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벽' 304개 주름, 희생자 수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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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억의 벽' 304개 주름, 희생자 수 형상화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팽목항서 4.16㎞ 지점
"잊지말자" 염원담아
  • 입력 : 2016. 04.11(월) 00:00
오드리 헵번의 손녀 엠마 헵번과 손자 아돈 헵번, 세월호 유가족, 이낙연 전남도지사, 이동진 진도군수 등이 지난 9일 진도군 백동리 무궁화동산에서 \'기억의 숲\' 준공식을 갖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세월호 기억의 숲'이 지난 9일 준공됐다. 아동인권과 빈곤 해결에 앞장서 온 영화배우 고(故) 오드리 헵번의 자손들과 사회적 기업인 '트리 플래닛'(tree planet)이 주도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시들지 않는 숲처럼 세월호의 아픔이 잊혀지지 않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과정

세월호 기억의 숲은 2014년 4월16일 진도 맹골수도에 침몰해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접한 오드리 헵번 가족이 건립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 추진됐다.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이자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 설립자인 션 헵번은 지난해 4월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16가족협의회가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 기자회견을 가졌다.

션 헵번은 이 자리에서 "우리 가족은 정치나 다른 이슈를 떠나 '가족 대 가족'으로서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고 마음을 같이 나누기 위해 나섰다"며 "복잡한 조사 과정, 정치, 가족들이 갖고 있을 비극적 아픔을 떠나 편안한 안식처와 희망을 드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건립 이유를 설명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션 헵번이 숲을 통한 변화를 꿈꾸는 사회혁신기업 트리 플래닛에 제안해 시작됐다.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듦으로써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이야기다. 해당 프로젝트는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던 1년 전 국민들의 마음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숲 조성 비용은 모금을 통해 이뤄졌다. 당초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은 1억원이 목표였으나,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 2억1200만원이 모아져 전액 사용됐다. 션 헵번 가족도 5000만원을 기부했다.

● 희생자 수ㆍ참사 날짜 등 담아

'세월호 기억의 숲'은 진도군 백동리 무궁화동산에 3000㎡ 규모로 조성됐다. 부지는 진도군이 무료로 제공했다. 이 숲에는 건축가 양수인(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씨의 재능기부로 추모시설물인 '세월호 기억의 벽'도 만들어졌다.

이 숲은 팽목항에서 정확히 4.16㎞가 떨어진 곳에 조성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숲에는 '은행나무 301그루'가 식재돼 있다. 은행나무에 희생자들의 이름은 붙이지 않기로 했다. 은행나무가 고사할 경우 자칫 잘못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리 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은행나무 301그루를 식재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ㆍ미수습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희생자들의 숫자와 똑같이 은행나무를 식재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해 그냥 300여 그루라고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기억의 벽' 역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오롯이 기록했다. 벽은 전체적으로 거울과 같은 스테인리스스틸로 구성돼 하늘을 반사하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낮춘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기억의 벽 외부에는 304번 접힌 면이 형성돼 있다. 주름에 의해 형성된 실재하지 않는 304개의 선은 각각 한 명의 희생자를 상징한다.

기억의 벽 바닥 면적 길이는 '416㎝'다. 세월호가 침몰한 날짜를 의미한다. 기억의 벽 건축물의 가장 높은 지점은 '476㎝'로, 총 탑승자의 수다. 맨 위 476㎝ 끝 지점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경사면 중간인 굴곡진 부분까지는 '325㎝',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의 숫자다. 경사면의 맨 아래 지점의 높이는 151㎝인데, 일반인 탑승자 숫자다.

기억의 벽은 위와 아래가 서로 다르다. 윗 부분은 주름진 모양에 진한 회색 빛깔이고, 아래 부분은 빛이 반사되는 거울과 같은 빛깔이다.

325㎝ 지점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진회색 부분은 250㎝로 단원고 학생 희생자 수를 의미하며, 빛이 반사되는 거울과 같은 부분의 길이는 75㎝로 참사 당시 구조된 단원고 학생의 숫자다.

건축물의 가장 낮은 부분인 151㎝의 서로 다른 두색깔의 길이에서 회색(54㎝)부분은 일반인 희생자이며, 나머지 부분인 97㎝는 구조된 일반인의 숫자를 의미한다. 반대로 가장 높은 부분에서 회색 부분 길이는 304㎝까지는 전체 희생자 숫자이며, 나머지 175㎝는 전체 구조자 수를 의미한다.

공국진 기자ㆍ진도=김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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