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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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옥중출마
  • 입력 : 2016. 03.25(금) 00:00
1967년 6월. 제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장준하가 옥중출마를 선언했다. 새로운 민족의 활로를 위해 불의가 받을 당연한 응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상대는 육사 9기 출신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공화당의 실세 강상욱 의원.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지만 장준하는 독재에 저항하는 진정성에 힘입어 압승을 거뒀다.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대변되는 부정선거와 온갖 공작정치가 횡행하던 그 시절에 이뤄낸 정치 기적이었다. (고상만 공저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옥중출마가 유달리 많았다. 대표적인 인사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로 구속됐던 정호용과 허삼수, 허화평 등 5공화국 3인방. 특히 정호용은 "김영삼 정부의 독선은 5ㆍ6공세력과 영남세력에 대한 부정이면서 대구ㆍ경북의 명예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라며 노골적인 지역감정에 호소했지만 낙선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허삼수 또한 '떳떳하게 민의의 심판을 받겠다'던 출마의 변처럼 민의의 심판으로 정치적 재기에 실패했다.

'옥중출마'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는 후보자의 비장한 선택이다.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자체가 어떤 사자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이다. 집권 세력의 부당한 압박이나 민의를 무시하는 정치권에 저항한다는 의미도 크다. 그러다보니 선거 전략도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고정표나 동정표를 모으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장준하가 당선된 것도 대리유세에 나섰던 함석헌의 눈물과 부인 김희숙 여사의 눈물겨운 선거운동이 알려지면서 불어온 '장준하 바람'이 있어 가능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20대 총선에 옥중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적 탄압을 이겨내고 광주 공동체의 행복과 번영의 내일을 개척하겠다는 게 강 전 시장의 출마의 변이다. 그의 옥중출마를 하면 최진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장병완 후보 등이 나선 광주 동남갑 선거구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는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임 시절 온갖 구설수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선거 때마다 불법 행위가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강 전 시장. 그의 옥중출마에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이용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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