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김 가루 치우게 한 교사에… 학부모 앞에 “무릎 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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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아이들 김 가루 치우게 한 교사에… 학부모 앞에 “무릎 꿇어”
  • 입력 : 2024. 09.26(목) 10:43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인천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바닥에 떨어진 김 가루를 치우게 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학부모들에게 무릎 꿇려 사과하게 한 뒤 부당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는 ‘유치원 원장·원감의 갑질과 괴롭힘으로 쓰러져 가는 교사를 구제해달라’는 제목의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서 인천의 한 사립 유치원 A교사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회초년생인 딸이 유치원 원장과 원감에게 협박당하고 억울하게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뒤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지난 6일 인천의 모 사립 유치원에서 A교사는 점심 뒤 바닥에 떨어진 김 가루를 아이들에게 자율적으로 청소하게 했는데, 해당 내용이 ‘대변을 치우게 했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해당 유치원의 원생인 한 6세 여아의 학부모가 “자녀로부터 유치원에서 대변을 치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치원을 찾아 CCTV 확인을 요청, 영상을 확인한 결과 아이들이 김 가루를 청소하는 장면만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변을 치우게 했다’고 오해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당시 한 원생이 바지에 실수해 교실에 냄새가 퍼져 일어난 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교실이나 복도와 같은 학습공간 등에 용변이 묻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와 같은 내용을 모두 설명했음에도 원장과 원감은 무조건적인 사과 요구와 부당해고를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A교사는 유아의 기본 생활 습관과 발달과정을 위해 식사 후 정리 시간을 가졌고, 용변을 치우게 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원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무조건 죄송하다고 할 것을 강요했다”면서 “원장과 원감은 ‘경찰 조사가 오면 절대 안 된다’, ‘학부모가 아동학대라면 아동학대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A교사는 결국 학부모 16~18명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원장은 이들 앞에서 교사가 해임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부당해고를 했다는 주장이다.

청원인은 “원장과 원감은 압박과 협박으로 교사가 겁먹은 상태를 이용해 아무 말도 못 하게 했고,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며 “A교사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로 대인기피증 등을 겪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이고, 충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해당 청원에는 2496명이 동의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사안을 접수하고, 해당 유치원에 대한 감사 절차에 착수하는 등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