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취재1부 기자 |
청년들의 다짐이 또 다시 허망하게 흩어진다. 2024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지만, 취업시장의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포기하고 그냥 쉬기를 선택한 청년들에게는 겨울 한파보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더욱 매섭다. 채용 문화가 ‘신입 정규직 채용’에서 ‘경력·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되고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향후 고용시장 전망 역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239개사 CEO·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49.7%가 ‘긴축 경영’에 나선다. ‘현상유지를 하겠다(28%)’는 답변보다 20%p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긴축 경영을 하는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 66.9%가 내수 부진, 64%가 인건비 부담 가중을 꼽았다. 이 같은 기조는 대기업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긴축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대기업 비율은 61%로 전체 평균보다 10%p 이상 높았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청년 ‘쉬었음’ 인구 증가를 부추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3분기 33만6000명에서 올해 3분기 42만2000명으로 1년간 무려 8만6000명(25.4%) 늘었다.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 ‘자발적인 이유’ 비중이 ‘비자발적인 이유’보다 높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등 구조적 문제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이유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신입 채용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구조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좁아진 취업문을 한없이 두드리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쉬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어떤 이유로 ‘쉬었음’ 상태에 놓이게 됐든, 쉬었음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되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할 위험이 커지고, 이들이 사회에 기여할 기회 또한 사라진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력 공백이 커져 또 다른 취업 기회를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 위축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구조적 노력이 시급하다.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취업난이 일시적인 현상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 전체의 미래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불확실한 미래는 곧 우리 사회의 현재와 연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