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가배상에 ‘정신·심리·사회적 피해’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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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국가배상에 ‘정신·심리·사회적 피해’ 포함해야”
5·18기념재단서 토론회 개최
국가배상…"헌법상 기본권"
배상액, 새로운 산출법 필요
"국가가 책임 인정·협조해야"
  • 입력 : 2024. 11.11(월) 19:04
  •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5·18 정신적 손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11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리고 있다. 민현기 기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겪은 피해 보상 중 ‘정신적 손해배상’ 등 배상 관련 전반의 체계적인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5·18기념재단과 5·18 단체(유족회·부상자회)는 11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 정신적 손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국가가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인정해야 할 배상 범위 공론화와 국가의 포괄적인 배상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과 보상법 제정·개정을 검토했다.

앞서 기조발표에 나선 이석태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지난 2021년 헌법재판소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한 판결을 배경으로 심판대상조항이 보상금 등의 성격과 중첩되지 않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보상금 산정에 있어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으므로 보상금 등의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해 배상에 상응하는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호의무를 지는 취지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신적 손해배상의 소멸시효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배상 기준 수립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판례에서 배상액을 정할 때 구금일수와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 기계적으로 계산·산입해 와 구체적인 표지가 없어 배상액을 전체적으로 분석 평가해 새로운 산출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재판관은 과거 활동했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예시로 들며 ‘보다 넓은 유족 범위 인정’, ‘손해 배상 기준 분석과 배상액 적절성 검토’, ‘소멸시효 삭제’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과정에서 국가배상에 40여년 전의 정신적·심리적·사회적 피해도 포함하고 수배 기간도 국가의 배상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종세 부산·울산·경남 5·18민주유공자회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는 발생 시기만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영향을 끼치므로 5·18 관련 정신적 피해 배상은 40여년 전의 정신적·심리적·사회적 피해를 포함해야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 이후 사회적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고립과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사징계 등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저학력으로 인한 빈곤까지 이어지는 등 정신적·심리적 피해와,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빨갱이’와 ‘연좌제’ 등이 사회적 피해에 속해 각각의 유형과 차원이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정신적 피해 소송을 진행하는 민사법원에서 구금일수나 노동력 상실, 장해등급은 고려하지만 수배일수나 수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체포돼 기관에 연행된 날 이후부터, 심지어는 구속영장 집행일 이후부터 배상금 산출에 반영하고 있다”며 “수배자는 학사징계자와 더불어 ‘관련자’로는 인정하지만 기타지원금 등 대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성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공권력의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겸허히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배상책임이 인정되도록 적극 협조해야하지만, 개별 소송에서 국가는 여전히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광주지법을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던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 위자료가 법원에 따라 최대 4배 가까이 차이가 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한 대책도 제시됐다.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은 “서울지방법원이 인정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배상액이 광주지방법원보다 최대 4배의 차이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입법을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면서 “5·18보상법에 근거 규정을 두고 ‘시행령’에 서울지법이 제시한 구체적 기준을 적시해 판결로 발생한 위자료의 차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