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추교준>독서교육을 위한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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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창·추교준>독서교육을 위한 로드맵
추교준 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장
  • 입력 : 2024. 09.01(일) 17:56
추교준 소장.
어느 공공도서관에서 독서교육 관련 특강을 하게 됐다. 다른 이들은 독서교육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유튜브에 ‘독서교육’을 검색했다. 문해력을 다루는 영상들이 가득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 클릭을 하면서 보다가 4시간이 넘어가자 가슴이 답답해서 꺼버렸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아이들 문해력이 크게 떨어졌다. 아이의 문해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가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받아쓰기로 맞춤법을 익히고 기본적 어휘와 말뜻을 이루는 한자 공부를 해야 하고 입말로 책을 읽어야 한다. 동시에 초등 고학년까지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다. 초등 저학년에는 유익한 학습만화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례하여 글밥이 있는 책들을 추가해 줄 필요가 있다. 독후활동은 하면 좋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다음엔 쓰기다. 초등 저학년에는 일기 쓰기를 하고 점차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해지면 독후감 쓰기로 나아가며 초등 고학년에서는 사회 이슈에 대해 비판적 글쓰기, 논술문 쓰기로 나아가면 된다. 방학 시기에는 다음 학기 공부를 대비하여 틈틈이 교과연계 배경독서 리스트를 정리해서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주요 키워드를 활용한 글을 미리 한 번 써보게 한다.

초·중등학교 교사, 학원 강사,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독서교육의 비결을 제시한 뒤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마음이다. 아이가 강제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흥미를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유지해 주라는 것이다.

하나씩 뜯어보면 각각 제 나름 즐겁고 유익한 일인데 이를 ‘입시’ 교육이라는 맥락에 따라 배치해 놓으니 시험 문제를 읽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한낱 기교로 전락한다. ‘대학 입시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뻔한(!) 결론을 내려도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다. 곰곰이 생각하니 ‘로드맵’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로드맵의 밑바닥에는 어떤 마음이 숨어있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흥미를 잃도록 하지 않으면서 부모 자신들의 계획을 이행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자발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공부를 하도록 만드는 통제하는 일이 로드맵의 핵심이다.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이런 로드맵이 성공하는 사례를 알지 못한다. 정말 자발적인 아이라면 자신만의 로드맵을 좌충우돌 스스로 그려나갈 것이다. 정말 부모가 원하는 공부만을 하는 경우, 그 공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설령 자발적으로 부모가 시키는 로드맵을 충실히 이행하여 대학 입시에 성공했다고 했다 치자. 그 경우에도 결국 실패했다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강한 자 앞에서는 자발적으로 엎드리고 약한 자 앞에서는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저 서울대 법대 출신의 권력자들이 나라를 어떻게 파탄 내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교육은 인간적이어야 한다. 정말 자발적으로 독서 관련 로드맵을 세우고 싶다면, 그것은 인간적 성장을 우리의 삶을 닮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필연과 우연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 읽기도 비선형적이고 우발적이다. 아이가 책을 읽을지 안 읽을지, 무슨 책을 언제 어떻게 읽을지는 아이마다 제각각이다. ‘살아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로드맵을 세울 경우, 함께 이야기하면서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득하되 최종 결정권은 아이의 손에 쥐여주자. 아이가 어떤 결정을 하든 부모는 거실 구석으로 가서 자신의 계획에 따라 자기의 책을 들고 재미있게 읽자. 우리가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성장에 빗대어 아이의 성장을 가늠해 보는 일일 뿐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