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차례상 비용 감소… 서민 물가부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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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올 추석 차례상 비용 감소… 서민 물가부담은 ‘여전’
한국물가정보 “지난해보다 줄어”
전통시장 2.1%·대형마트 2.3% ↓
사과·소고기값 하락세 주요 원인
고물가에 상인들 “특수 기대못해”
  • 입력 : 2024. 09.01(일) 17:47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교적 저렴하게 추석 차례상 음식을 판매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옛날과 같은 ‘명절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물가정보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30만2500원, 대형마트 39만4160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2.1%, 2.3% 감소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폭염으로 인해 일부 채소 가격이 상승했지만 과일과 축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하지만 고물가·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소비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30만2500원, 대형마트 39만4160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2.1%, 2.3% 감소했다. 전년 대비 차례상 비용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04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차례상 비용이 줄어든 것은 사과 가격이 지난해 작황 부진 등으로 인해 크게 상승했다가 올해 들어 작황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우 수급 조절에 실패해 소고기 가격이 하락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조사 결과, 지난달 26일 기준 지난해 9월 11일과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에서 차례상 장을 볼 경우 사과 3개 값은 지난해 2만원에서 올해 1만5000원으로 25.0% 내렸고, 배 3개 가격은 1만5000원으로 동일했다. 시루떡 3장은 1만3000원에서 1만원으로 23.1% 하락했다. 반면 무 1개는 3000원에서 4000원으로 33.3%, 배추 1포기는 7000원에서 1만원으로 42.9%, 대파 1단은 2500원에서 3000원으로 20.0% 각각 올랐다.

대형마트의 경우 사과 3개 값은 1만9600원에서 1만4970원으로 23.6%, 배는 1만7630원에서 1만4630원으로 17.0% 각각 내렸다. 또 소고기 산적용 우둔살(600g)은 3만8400원에서 3만4320원으로 10.6% 하락했다. 무 1개는 2790원에서 3980원으로 42.7%, 배추 1포기는 9800원에서 1만3800원으로 40.8%, 대파 1단은 3690원에서 4290원으로 16.3% 각각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사 결과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물가 부담이 크다는 반응이다.

주부 송형숙(58)씨는 “차례상 비용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매년 물가가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상차림 비용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과일 등 일부 식품의 가격이 전보다 하락하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며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서 한 끼 식사라도 제대로 하려면 채소부터 고기까지 다양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올해는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단출하게 준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모(59)씨도 “명절 기간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평소보다 대형마트나 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며 “지출 부담으로 인해 올 추석 선물도 가격대를 낮춰 준비했다.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건 알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올해 추석에도 ‘명절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인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이모(70)씨는 “추석 연휴 3~4일 전부터 시장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늘어나는 편이니 20~30% 이상은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경기침체가 심각해 ‘명절특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매출이 오를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송승기 남광주시장 상인회장은 “일 년에 두 번뿐인 명절이라 상인들의 기대감이 크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명절임에도 한해 한해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매해 예년과 같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실제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전통시장 지역별 체감 BSI 수치는 광주 78.6으로 8월 체감 BSI(42.9)보다 35.7p 증가했지만, 9월 전망 BSI 수치(110.2)와 비교하면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남지역 9월 체감 BSI는 61.2로 전월(50.0)보다 11.2p 올랐다. 9월 전망 BSI는 102.6이었다.

한편 한국물가협회는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품목별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이 28만7100원으로 지난해 추석보다 9.1% 상승했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정부는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고 수준인 17만톤 규모로 공급해 올 추석 차례상 비용을 30만원 안팎으로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