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재호>어느 좋은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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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재호>어느 좋은 '교장'선생님
조재호 무등초등학교 교사
  • 입력 : 2024. 07.03(수) 18:29
조재호 무등초등학교 교사
아름다운 완도 서망산과 청해진 포구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이 되듯, ‘좋은 수업’도 어떤 관점,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생성된다. 그래야 학교 바깥에 계신 학부모들이 우리가 처한 공교육 현장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듯하다.

첫째, ‘좋은 수업’이라는 어떤 이데아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교육환경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공교육 현장에는 유행처럼 많은 사조들이 휩쓸고 갔다. 열린교육, 완전학습모델, 배움의 공동체, 긍정훈육교육, 회복적 서클 모형…. 그런데 어떤 형태의 수업도 틀린 것이 없고, 완벽히 옳은 것도 없다는 것이 많은 교사들이 느끼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교사의 콘텐츠 제공방식이 아닌 실제 ‘학생들의 배움’에 집중하자는 합의들이 있었고, 그에 준해 수업참관 혹은 장학이 이뤄졌지만 그마저도 부작용이 컸다.

둘째, 교내 공개수업의 ‘형식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물론 모든 참관수업의 형식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과거 아주 오래전에 1년 차 남교사로서 교내 공개수업을 경험한 나로서는 아직도 그 공포가 생생하다. 당시 교장선생님은 “평소 집 밥을 그렇게 성대하게 차릴 수는 없으니 간혹 한 학기에 한 번씩이라도 성찬”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그렇지만 ‘보여주기식 공개수업’에 대해 교사들 및 교육학자들은 많은 반성을 해오고 있다. 수업이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가 아닌 실제 배움이 생성되게 하기 위한 일상적 활동이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 혹은 선배들에게 성장을 위한 요청으로 수업이 ‘함께 나누기’가 돼야만 한다. 하루만 진수성찬을 배부르게 먹고 일상에선 정크푸드를 먹는 사람은 건강할 수 없다.

셋째, 지금 학교 현장에서 수업에 대한 고민이다. 주변 중학교 과학교사의 말인데 “25명의 학생 중 경계성지능, 우울증, 주의력결핍장애로 정상적(?)인 수업진행을 따라올 수 없는 학생이 20%가 넘었다”고 한다. 이런 학생의 수는 매년 늘어나 수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고 있다. 교육청에서 나눠준 스마트기기는 보관하는 업무, 관리하는 노동시간만 늘어 ‘챗지피티’가 무슨 의미냐는 것. 그리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적극적인 방해를 하는 청소년들을 관리하는 것이 수업이 돼 버린 현실에서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지 본원적인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좋은 수업’보다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교장 선생님’이다. 코로나 시기, 결정적인 시점에서 관계맺기 자체를 상실한 청소년들은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학교에 와서도 불안에 잠겨 화장실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고, 갑자기 충동적으로 유리창을 깨고, 자제를 못해 수업 시간에 주먹질을 하고, 교사 앞에서 욕질을 해대는 변해버린 학교 현장을 마주한 교사들은 좋은 교장선생님을 기대한다. 위기관리에 놓인 아이 부모와 상담하느라 힘들어하는 교사를 대신해,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보결 수업에 참여해 주시는 그런 교장선생님. 그것이 ‘이 교육위기 시기에 선생님을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교장선생님들은 교육의 전문가이고, 뛰어난 선배님들이다. 교육행정으로 바쁘시겠지만, 교육자로서 본질인 ‘수업’의 전문가이시니 ‘공개수업’의 모델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의료계에서는 존경받는 교수일수록 수술을 공개하는데, 왜 공교육에서는 ‘1년 차 교사’에게 수업을 공개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훌륭한 분들이 직접 모범을 보여주시면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이 크게 밟아질 거라고 믿는다. 정말 수업 잘하는 교장선생님이 제일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