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남대학교 병원 수술실에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송민섭 기자. |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집단 행동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21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병동에서 한 입원 환자가 주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송민섭 기자. |
21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 진료를 접수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룬 병원 로비와 달리 응급실은 한산하다.
주로 응급실 당직을 서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응급실이 응급환자를 보기 힘든 상황에 처하자 병원 측은 서구 상무병원과 광산구 센트럴병원 등 2차 의료기관으로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가능성이 대두됐던 초기, 응급의학과에서 우려했던 ‘응급실 뺑뺑이’가 현실화 된 것.
응급실 앞에서 만난 30대 응급구조사 김모씨는 “평소 5명에서 10명 정도 병원에 이송하는데 어제 환자 총 7명 중 1명만 이송했다”며 “나머지 6명은 응급실이 있는 타 2차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수술 할 수 있는 의사가 없으니 병원에서도 안 받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는 보는 것 같은데 수술이나 시술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송 요청을 하면 병원이 전공의가 없다며 환자를 안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 전남대병원 회복실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루평균 7~8건의 수술을 진행했던 수술실은 응급 빼고 모든 수술을 미뤄 3건만 이뤄지고 있었다.
반면 2차 의료기관인 상무병원 응급실은 포화상태였다. 간호사는 이모(45)씨는 “평소보다 두 배는 환자가 몰린 것 같다. 수용 범위를 넘겨 타 병원으로 이송 중이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속상해 하더라. 전공의들이 사직을 많이 해서 답답한 상황이다”고 했다.
광주 센트럴병원에서 만난 윤모(55)씨는 “운동을 하다가 팔을 다쳐 병원에 왔다”며 “대학병원에 갈까 했지만 의료진 파업으로 가봤자 치료를 못 받을 것 같아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응급의료 운영은 의료진의 현장 유지가 원칙인 반면, 전공의들이 대부분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각 대학병원은 전문의와 펠로우의 응급실 투입을 대안책으로 내세웠지만 이날부터 수술 인력이 부족하면서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전남대병원은 전문의와 펠로우들에게 최대한 출장이나 휴가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빈 전공의들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코드 블루’ 등의 긴급상황이 응급실에서 발생할 경우 외래 진료를 보던 전문의를 긴급 호출해 투입할 방침이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 142명 중 108명이 사직서를 냈고, 전날 114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전공의 319명 중 268명(인턴7명 레지던트 192명)이 사직서를 낸 전남대병원도 전날 207명이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날은 34명이 현장에 복귀한 것으로 병원 측은 파악하고 있다.
업무복귀를 하지 않은 전남대병원 본원 소속 전공의 165명과 조선대병원 소속 전공의 107명에겐 업무개시명령에 이은 불이행 확인서가 발부됐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결국 이가 없으면 잇몸이 일을 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이 빠져나간 구멍을 전문의들이 뛰어다니며 해결해야 하는데 일시적으로는 차질이 없더라도 체력적인 부담이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응급의료는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조선대병원에 쏠려 있고 이를 분산할 2차병원들도 집단 사직에 들어간 터라 전공의 사직이 3월을 넘어가면 커다란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대 학사일정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와 조선대 의과대학생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의대 재학생 731명 가운데 282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남대는 휴학계 제출 학생을 대상으로 상담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교육부 지침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전남대 의대는 지난 19일 개강했지만, 휴학계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늘 것으로 보고 학사 일정을 2주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조선대 의대생들도 이날 학생 대표를 통해 휴학계를 학교에 제출했다. 신입생을 제외하고 625명으로 이날 하루 90%가 휴학계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대는 3월 4일 개강에 앞서 19일부터 임상 실험 등 일부 수업을 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다.
전남대 관계자는 “휴학계를 낼 학생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업 불참에 따라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정상아 기자